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 등판 가시화

2023-12-20     신형욱 기자
국민의힘 주류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심(黨心)을 결집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당에서 제안이 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에둘러 내비치면서 한 장관의 구원투수 등판이 점차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9일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 장관이 거론되지만, 정치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민의힘이 뜻을 모아 비대위원장직을 자신에게 제안해올 경우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장관의 발언은 중국 근현대 작가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이 저서 ‘고향’에서 희망에 관해 표현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한 장관은 자신을 중용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고리로 민주당 등에서 ‘윤석열 아바타’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선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윤 대통령에 맹종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검사 시절인 2021년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굳이 말하자면 가치를 공유하는지는 몰라도, 이익을 공유하거나 맹종하는 사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지난해에는 “그분(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같이 일할 때 연에 기대거나 서로를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며 “주로 민주당에서 그런 (아바타)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복종하니까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고, 그렇기에 특정 정당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앞으로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이번 주말까지 지명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 후보는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명한다. 이어 당 최고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 후보자 임명안이 의결되면 임명 절차가 끝난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여권 주류는 한 장관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지만, 비주류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 한 국회의원은 “당내 한동훈 장관 대세론이 주류”라며 “선발투수(비대위)냐, 구원투수(선관위)냐의 문제만 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한 의원은 “이번 주말 비대위원장이 지명될 것”이라며 “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형욱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