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마음을 따라 걷는 길

2023-12-27     경상일보

2023년이 일주일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바쁘다. 열심히 살아온 2023년을 마무리하느라, 그리고 다시 2024년을 준비하느라. 학교도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일요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장은 졸업을 앞둔 분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가족들과 내빈들도 함께 했다. 교육감님도 함께 자리를 빛내 주셨다. 졸업식은 재학생을 보낼 때와 달랐다. 참석한 모든 이들이 경건했다.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이 순간이 쉽지 않았던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참석한 모든 이들이 당신들의 시간에 박수를 보냈다. 간절했던 일을 놓지 않고 삶으로 일궈내신 당신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들은 자신들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산 어머니와 아버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감사함과 존경심을 표했다. 오늘의 그들이 당신들의 시간으로 존재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손자와 손녀들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축하했다. 모두 아름다웠다.

당신들의 표정도 기쁨으로 가득했다. ‘가족’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셨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보낸 시간의 끝에 졸업이라는 영광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일.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당연했던 일이 당신에게는 그렇게도 간절했던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당신에게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모든 순간 치열했다.

선을 긋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끊임없이 작아졌던 당신들의 모습에 많은 시간 힘겨웠을 것이다. 자격을 운운하며 학력을 요구하던 현실 앞에서 세상의 이치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아픔을 스스로 비워냈어야 했을 것이다. 비워낸 그 마음을 당신의 시간으로 채워낸 용기와 끈기에 존경심을 느낀다.

그러나 당신들은 이미 온전히 아름다웠었다.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아픔의 시간을 견뎠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시간 뵀던 모습에서 당신들의 헌신적인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당신들의 글에서 당신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놀라움이 차올랐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순간도 많았다. 감사하게도 나는 당신들의 빛나는 삶을 만나 나의 삶도 깊어질 수 있는 배움을 선물 받았다. 감사하다.

일주일 뒤 2024년이 시작된다. 다시 시작이다. 당신들은 마음을 멈추지 않았다. 많은 분이 대학을 진학하셨다. 당신들이 다시 걷게 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당신을 위한 걸음걸음에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며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우리도 모두 다시 시작이다. 우리의 마음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따라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