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가시밭길’

日, WTO에 제소한 이후에도
인수합병 심사 별건으로 진행
한일 과거사 문제 갈등 빚어와
독과점 우려 제동걸 가능성 커

2020-03-02     김창식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별건으로 진행, 인수합병을 판가름하는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앞서 싱가포르와 유럽연합(EU)은 1차 심사에서 딴지를 건데 이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도 기업결합 심사에 앞서 지난해 WTO에 한국 정부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한 터라 합병승인이 가시밭길을 걸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공정취인(거래)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신고서를 지난달 25일 수리, 1차 심사를 개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앞서 지난해 9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위한 상담 수속을 개시했다.

일본과 EU는 사전 절차가 있어 심사 신청 전 상담 수속을 거쳐야 한다. 당시 사전심사를 거쳐 약 6개여월만에 본심사를 진행하는 셈이다.

업계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기업결합 심사에 독과점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결합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으나 일본은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인해 일본 조선산업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올해 1월 말 WTO 분쟁해결절차 상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로, 협의가 결렬되면 일본은 ‘첫 재판’에 해당 분쟁처리소위원회 (패널)설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후 선박수주잔량 점유율은 20.9%에 불과하지만 ULCC/VLCC 수주잔량 점유율은 57.3%,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1.5%까지 올라간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합병승인 한 곳은 카자흐스탄 단 한곳 뿐이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지난해말 1단계 심사에서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 간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 간 경쟁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승인도 넘어야할 또하나의 산이다.

EU는 지난해 12월 1차 심사 결과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지적했다.

현재 2차 심사를 진행중이며 최종 합병심사 결과는 7월께 나올 예정이다. 한국의 거대 조선사 탄생은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첩첩산중 가로막힌 거대한 장벽을 뚫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