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선바위에 ‘맨발 숲길’ 추진…조성전부터 ‘삐걱’

2024-01-03     차형석 기자
울산 울주군이 선바위 뒷산 일원에 맨발로 걷기가 가능한 숲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정 고시 등의 절차를 밟고 있으나 조성 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해당 숲길의 일부가 사유지인데 산주측이 동의를 하지 않고 있어 자칫 기 설치된 안내판과 먼지털이기 등이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했다.

2일 오전에 찾은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태화강생태관 인근 야산. 인도 옆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돼 있고, 등산로 입구 쪽에 ‘선바위 숲 황토 맨발길’ 안내판과 함께 건강정보 게시판이, 또 안쪽에는 흙먼지털이기도 설치돼 있다.

건강정보 게시판에는 구영리 일대 걷기코스를 A~I까지 8개로 세분화 해 안내했고, 맨발 걷기 코스도 표시해놓았다.

하지만 ‘맨발 걷기 코스’로 들어가는 산책로 입구에는 철조망으로 된 펜스와 철제문이 설치돼 있고,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일체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게시돼 있다. 철제문은 열려 있었으나, 맨발로 다니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 A씨는 “몇 년전부터 이 곳은 맨발 걷기 동호인들이 다니면서 소문이 났고, 울주군에서 맨발 걷기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작년부터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최근에 펜스가 설치돼 사람들이 왔다가 못 들어가고 결국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울주군은 이 곳을 비롯해 오두산, 봉화산, 화장산 등 4곳에 숲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작년 연말 해당 노선에 대해 지정·고시했다. 이달 8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4곳 중 선바위 둘레길(2㎞)은 일부 구간에 대해 맨발로 걷기가 가능한 숲길로 지정해 유지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산주 측이 이 같은 산책로 조성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 해당 산의 사유지는 산주가 지인에게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사유지를 관리하고 있는 지인은 “산주가 몸이 안 좋아 부탁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황토를 붓는 등 환경 훼손도 우려돼 산주가 막아놓으라고 해서 막아놓은 것 뿐”이라며 “아마도 숲길을 조성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현재 이 곳에는 1~2년 전부터 안내판은 물론 범서읍에서 먼지털이기와 발 씻는 곳 등을 설치했고, 또 지난해 연말에는 울산시가 데크길도 조성했다. 사업이 무산되면 이 같은 시설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숲길 조성사업 관련 지정 고시를 하는데 있어 산주측의 동의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조만간 산주 측과 연락을 할 계획이며, 만일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