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글로벌 인재 둥지로

2024-01-04     경상일보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울산,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산업도시이다. 반 세기 전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친 울산, 오늘날 서울과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가 줄고 있다.

울산대나 울산과기대에 다국적 출신 인재들이 유학을 많이 오게 하면 어떨까? 울산시와 기업들이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울산에서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에 취업도 보장해주면 금상첨화이겠다.

최근 싱가포르 대학들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는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명문대학, 아시아 1위로 급부상했다.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가 최근 발표한 ‘2024년 QS 세계 대학 보고서’에서, NUS가 8위에 당당히 올랐다. 난양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는 세계 랭킹 13위, 공학 부분 8위를 기록할 정도로 싱가포르 국립대(NUS)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정부 보조금 (Tuition grant)을 준다. 대략 등록금의 5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1년 학비가 4만 달러 정도인데 보조금을 받으면 절반인 약 2000만원에 공부할 수 있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의 대학 유학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 보조금은 장학금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외국인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무조건 취업을 해야 한다. 졸업 후 다른 나라에 가서 취업을 하면 받은 보조금을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 유능한 해외 유학생들을 자신의 나라에 묶어 놓기 위해 이 정책을 만들었다. 외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에 싱가포르에서 취업도 한다. 싱가포르 정부와 공무원들, 국민이 노력한 결실이다.

요즘 한국 대학은 학생들이 줄어들고 대학 졸업 후 취업난도 심각하다. 1955년 서울 성북동에 세워진 동천학사의 21세기 버전, 역발상도 필요하다. 동천학사는 19공 연탄 산업으로 성공한 해석 정해영 선생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전쟁 이후 서울에 연고가 없고 가난한 인재들을 무료로 지내게 해, 울산 출신 유학생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도로 편입으로 1980년 철거될 때까지 25년간 지방 출신 서울 유학생들의 보금자리였다.

인재는 하루 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울산 출신 유학생들을 위해 동천학사를 세운 역사를 기억하자. 글로벌 인재들을 잡기 위해 울산에 ‘지구촌 학사’를 만들면 어떨까? 지구촌 수재들이 울산에 와서 먹고 자는 문제에서 벗어나 공부에 전념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리하면 울산 대학들도 유학생들 유치 걱정이 해소된다. 또 기업 인력난은 저절로 해소될 것이다. 우리도 우수한 지구촌 인재들이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도 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주면 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 제주도 출신 유학생들이 지내는 ‘탐라영재관’이 있다. 21세기 제주도형 동천학사라고나 할까? 동천학사나 탐라영재관 같은 곳이 울산에도 들어설 경우 미래가 밝지 않겠는가?

미국이 세계의 강국이 된 것은 다국적 인재들 덕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구촌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영부인 미쉘 여사도 교육의 힘으로 글로벌 인물이 되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 변화를 시키는 건 사람이다. 대한민국 경제도 능력있는 국내외 인재들이 움직이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울산에 지구촌 각국의 인재들이 몰리게 하려면 그들에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지구촌에는 뛰어난 젊은이들이 많다. 울산 출신 젊은이들과 친구도 되고 함께 지구촌 인재로서 힘을 합치면 된다. 그러니 울산에 ‘지구촌 학사’가 들어서면 어떨까? 대한민국도 울산도 젊은이들도 21세에 새로운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 아닐까.

이연실 울산6223미래포럼 글로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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