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략 잠수함 기술 유출…K-방산 공정경쟁 구축 계기돼야

2024-01-05     경상일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 도면이 대만으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가 핵심 군사기밀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K-방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안보산업이자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K-방산의 전략자산인 잠수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와 당국은 잠수함의 설계 도면 기술을 유출한 관련자 및 관련 기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더 이상의 방산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다.

경남경찰청은 대우조선해양 근무 당시 잠수함 설계 도면을 빼돌린 A씨와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B사 등 2명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빼돌린 잠수함 설계 도면은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인도네시아로부터 11억 달러에 3척을 수주한 ‘DSME1400’ 모델 자료로, 2000쪽 분량에 달한다. 대만은 이 도면을 첫 자체 잠수함인 ‘하이쿤’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해군과 대우조선해양 출신 등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다.

더욱 심각한 점은 잠수함의 설계 도면기술이 외국에 유출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의 후신인 한화오션 측은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말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은 한화오션은 초고속으로 잠수함과 함정분야 방위산업 강자로 우뚝섰다. 잠수함분야는 장보고3 배치2 1~3번함을 모두 싹쓸이하며 시장 점유율 98%의 독과점 체제를 완성했다. 또 지난해 11월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 본계약을 체결하며 군함시장에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전투함 분야 최대 수출실적을 낸 HD현대중공업은 이 호위함 사업에서 직원의 기술유출 혐의로 감점을 적용받아 탈락하면서 사실상 방산분야 수주가 막혔다. 이로 인해 국내 방산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이 난 지 1년도 안 돼 잠수함 분야를 중심으로 독과점 형태가 출현하고 있다. 업계의 우려대로 독과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방산기술 유출 관련 기업과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 또한 관련 법 적용과 업무처리는 공평하고 무사해야 한다. 현재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근로자 1700여명은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특정기업에 혜택이 쏠린다면 그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방산기술 유출사건을 계기로 방산시장에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