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실효성 논란

2024-01-08     신동섭 기자
울산지역에는 총 320면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분홍색으로 표시된 이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된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임산부의 이동 편의를 위해 지정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불분명한 규정 탓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산부 김모(26)씨는 지난달 29일 연말을 맞아 방문한 울산대공원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보고서 분통을 터뜨렸다.

연말이라 사람이 몰려 주차할 곳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개 면을 제외한 나머지 임산부 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들에선 ‘임산부 자동차 표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하철 내 임산부석은 눈치가 보여선지 임산부가 아니면 잘 안 앉는데, 주차구역은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임자”라며 “벌금도 없던데 이럴 거면 혈세를 투입해 왜 설치한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무늬만 정책만 계속 만들지 말고, 있는 것부터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나 공공기관, 대형마트 주차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실제 지난 2~5일 울산 소재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확인해 보니 임산부 자동차 표지나 임산부 배지 등을 자동차에 부착한 차량 대신 일반 차량이 주차된 모습을 손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의 경우 장애인 주차 표지가 없는 차량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비된다.

7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122개 행정기관(청사, 공공시설, 미술관, 사업소 등)에 320면이 설치돼 있다.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임신 기간 중 움직임이 어려운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교통편의, 출산 장려 등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울산시는 지난 2013년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얌체 주차가 난무하는 이유는 불법 주차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달리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무인 주차장 혹은 관리인이 1명뿐인 대형 주차장의 경우 이동 혹은 출차 권고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해 서울시가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한 사례를 참고하는 등 운영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차지한 얌체족들로 인해 관련 민원이 수시로 접수되는 상황”이라며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의 문제는 우리도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대책·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