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정 옥외광고물법, 현수막 살포 차단 실효성 의문

2024-01-12     경상일보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12일)을 앞두고 울산지역 주요 도로변과 교차로, 사거리, 횡단보도 등지에 여전히 불법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정당 현수막의 경우 개정법에 따라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버젓이 게시대 이외 장소에 현수막을 내걸리고 있다. 오는 4월 22대 총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묻지마식 현수막 살포 정치’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울산시와 구·군은 주민의 생활안전을 위협하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현수막 공해 차단에 행정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정당 현수막의 개수와 설치장소 등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1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됐다. 보행자나 교통수단의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곳에만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표시가 설치된 구간에는 정당 현수막 설치가 금지된다.

그런데 울산시와 구·군이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현수막 현장 단속을 해 보니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불법 현수막과 전쟁’을 통해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3332건의 불법 현수막이 적발됐다. 하루 평균 100건 이상의 불법 현수막을 적발한 셈이다. 그런데도 자고 나면 또다시 그 자리에 불법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한다.

남구의 공업탑~태화강역 간 삼산로 일원 사거리·교차로, 중구의 태화루·복산 사거리·병영오거리·북정교차로, 울주의 경우 굴화 하나로마트와 구영로~점촌3길 사거리 등 일명 ‘현수막 명당자리’에서 불법 현수막 게첩이 심각했다. 이들 지역에선 ‘단속과 철거’의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무차별적으로 내걸리는 정당 현수막이 가장 큰 문제다. 정당 현수막을 적발하더라도 24시간 전 ‘자진철거’ 계고 후 철거되지 않은 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정비하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 붙여달라’거나 ‘일반 현수막과 동일하게 과태료나 규제하라’는 민원이 그치질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민폐는 비단 ‘현수막 공해’ 뿐만 아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확성기 등의 ‘소음 공해’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도, 준수하지도 않는다면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 이제는 높은 도덕성을 갖추되 주민들에게 일상생활을 돌려줄 수 있는 정당·정치인을 가려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