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정화 안된 가정·공장 오폐수 하천으로 콸콸

2024-01-12     신동섭 기자
울산 면적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울주군에는 12개 읍·면에 걸쳐 69개의 지방하천이 흐른다. 마을 실개천 등 조그마한 소하천도 그만큼 많다. 도농복합도시 특성상 축산농가나 소규모 공장에서의 폐기물 및 오폐수 유출 사례도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온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주인 언양부터 남울주인 온양 일대 100여㎞를 돌며 소하천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9일 울주군 온양읍 중광마을 일원. 중광마을은 지난해 9월께 인근 기업에서 오염수가 유출돼 농업용수가 흐르는 천이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등 환경 오염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날도 중광천에는 하얀 거품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마을 주민 A씨는 “수십년 전 가정집 오수관거 매설 공사에서 일부 주택이 공사를 하지 않아, 비눗물 등 가정집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발전협의회에서 오수관거 미설치 주택이 관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생활 오폐수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지자체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배수 설비를 갖추거나 정화조 같은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노후 주택들은 마을 단위의 배수 설비나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구축하지 않거나 노후화 등의 이유로 가정 오폐수를 정화하지 않은 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지자체는 하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주택이 몇 가구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하수로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가정 오수관 연결 사업’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도 하수도 특별회계 시비 12억여원, 군비 23억여원을 들여 청량, 온산 등 마을에 하수관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사업조차 각 마을발전협의회 등에서 설치 요청을 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구조다.

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화조를 통해 걸러진 가정 오폐수는 하천에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자연 누락 등으로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나오는 경우라도 실질적인 처벌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오폐수 외에도 농축산 농가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썩어가는 등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같은 날 언양읍 차리 구량천 일원.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축 분뇨 냄새가 진동했다. 하천 바닥 곳곳에는 가축분퇴비 포대가 널브러져 있고, 온실 하우스용으로 보이는 대형 비닐이 하천을 뒤덮고 있었다.

11일 다시 찾은 구량천. 우천에 떠내려온 잡목과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다. 잡목에 엉킨 쓰레기들은 물속에 침잠해 썩어간다. 하천수 표면은 이전보다 깨끗해 보였지만 삽으로 바닥을 헤집자 슬러지들과 함께 분뇨 냄새가 올라온다.

고헌산 능선에서 발원해 대곡천으로 합류하는 이 구량천은 잇따른 오폐수 유출로 마을 주민과 환경단체들로부터 민원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이다.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하천 쓰레기는 제때 처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웅촌면 고연공단 일원 굴화천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하천 곳곳에 플라스틱 비닐과 각종 포대 등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상우 울주군의원은 “일자리 사업을 통해 주변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하천 내부까지는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행정기관이 오폐수 및 폐기물 등 오염물질 상습 유출 업체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우천·태풍 시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대승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가축분뇨나 가정 오폐수에는 질소, 인의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어 하천에 스며들 경우 부영양화 현상으로 녹조가 생기게 된다”며 “유기질이 하천에 들어가면 물속 미생물이 산소가 많이 필요하게 돼 하천 내 산소량이 줄어들어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천 생태계 보존을 위해선 하수도관을 설치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동섭·오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