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대응, 실효성 있는 대책 서둘러야

2024-01-15     강민형 기자
#지난해 12월18일 남구 신정동 한 행정복지센터에 A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찾아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하라”며 담당자를 위협했다. A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이후로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식으로 18건 이상 담당자에 연락을 취했다. 당시 담당자는 인사이동을 요청하고 동료들과 함께 극심한 불안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행정복지센터에는 매일 같이 “죽겠다”며 이유를 설명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는 요일,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

#소방에는 B씨로부터 자살 관련 정신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140여건이 걸려왔다. 담당자는 해결책 안내에도 전화가 끊이지 않자 더이상 전화를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B씨는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담당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악성 민원에 대한 정부와 기관이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민원으로 고통받는 실정이다.

특히 소방, 경찰의 경우 현장 대응 골든타임과 직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상습신고, 신고 거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없는 탓에 반복민원, 행정 업무, 절차와 관련없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 또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민원까지 느는 추세에 민원 담당자는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때문에 정작 행정안전부가 민원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제화한 특이민원 발생 보고서 조차도 담당자에게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실제 울산시가 취합한 특이민원보고는 2022년 759건이던 반면 2023년 상반기까지는 2건이 전부였다.

한 민원 담당자는 “부당한 민원에 대해서도 서비스가 강조되다보니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한다며 “여기에 사건화되는 경우 처리, 보고서 작성까지 모두 담당자의 몫이라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심리상담, 의료비 지원 등 사후 지원책에만 집중돼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사전 예방 차원의 범국민 홍보 교육과 함께 계도, 훈방에 그치는 처벌 강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울산 근로복지공단에서 ‘공공부문 악성민원 사례·대응 방안’ 간담회를 열고 사례 중심 현장 애로점을 청취하고 반복민원에 대한 기준 등 악성 민원 차단책을 모색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악의적인 민원에 대한 담당자 보호가 절실한 만큼 민원현장을 기반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