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삶 망가뜨리는 층간소음, 설계에서부터 ‘꼼수’ 막아야
울산시가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저감하기 위해 올해부터 500가구 이상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때 현행 설계기준보다 대폭 강화한 바닥 기준을 적용한다.
새로 마련된 기준에 따르면 경량충격음(가벼운 물건을 떨어뜨릴 때나 의자·책상을 끌 때 발생하는 정도의 소음)과 중량충격음(어린이가 뛸 때 발생하는 정도의 소음) 기준이 각각 4등급(49㏈ 이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시범단지 기준인 1등급(37㏈ 이하)과 3등급(45㏈ 이하)으로 강화된다.
또 해당 기준을 사업 승인 때 승인 조건으로 포함, 착공 단계부터 바닥구조 상세 도면을 검토해 적용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공동주택 품질점검 때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성능, 시공상세도와 성능검사 결과 등을 확인해 층간소음을 사전에 조치할 계획이다.
울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층간소음 민원이 유난히 많은 도시다. 지난 2021년 울산경찰청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건은 무려 9066건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172건, 2019년 4681건, 2020년 5450건, 2021년 9066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시가 소음기준을 대폭한 강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 경실련이 지난 2016~2021년까지 6년간 층간소음과 관련된 형사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이 불러온 살인·폭력 등 5대 강력 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나 늘었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11월28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 흉기를 들고 이웃을 찾아간 50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기준 미달시 보완시공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준공을 불허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요구임에 틀림없다. 이번에 울산시가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500가구 이상 주택에 한해서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 그래도 경실련 등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층간소음 측정 범위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또 건설사들이 층간소음을 저감하는 대신 분양가를 대폭 높이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 울산시에서는 이같은 부작용 등도 모두 고려해 정책을 보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