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서울에는 강남, 울산에는 성남
새해를 시작하며 직원들과 한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이제부터 중구 원도심 일대를 ‘원도심’이 아닌 ‘성남동’으로 칭하기로 한 것이다. 나부터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회의를 하거나 주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의식적으로 줄곧 성남동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원도심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도심지 역할을 한 지역’이다. 원도심은 한때 지역 최고의 번화가로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안타깝게도 이제 원도심은 쇠퇴, 낙후, 불편함 등의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단어가 주는 느낌만큼이나 세대 간 공감대도 변했다. 지역의 옛 모습을 모르는 MZ세대에게 원도심이란 단어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성남에서 만나자”는 통해도 “원도심에서 만나자”는 통하지 않는다.
이에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긍정적이면서도 젊고 감각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원도심을 부르는 단어부터 바꿔야겠다 싶었다. 별도의 예산과 인력을 들이지 않고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단어를 바꿔 부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이미지에 맞게 그 속을 알차게 채워 넣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우리 중구는 성남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심 끝에 여러 가지 과감한 시도를 꾀했다.
대표적으로 매년 열리는 지역의 대표 여름·겨울 축제인 태화강마두희축제와 눈꽃축제의 배경을 기존 성남동 내 한정된 공간에서 성남동 각 골목골목과 태화강 일대까지로 넓혔다.
이를 바탕으로 특색 있고 차별화된 행사를 진행하면서 성남동의 다양한 매력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 결과 태화강마두희축제에는 22만명, 눈꽃축제에는 30만명이 다녀가는 등 성남동 각 거리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성남동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성남동을 큰 축제가 있는 날이나 약속이 있을 때만 찾는 것이 아닌, 1년 365일 일상 속에서 즐겨 찾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소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성남동은 항상 재미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지난해에는 각종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을 개장하고 성남동을 배경으로 전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 상인 및 주민들과 힘을 합쳐 성남동을 둘러싼 매력적인 스토리 및 특별한 콘텐츠를 개발해 성남동을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성남동은 단순한 지리적 중심지가 아니라 울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장소다. 이에 지역균형발전 및 도시 정체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성남동 살리기에 계속해서 힘을 쏟아야 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과 변화를 바탕으로 성남동이 가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핫플레이스’이자 명실상부한 울산의 중심으로 다시 부활하길 기대해 본다. 서울에는 강남이 있다면 울산에는 성남이 있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