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리 ‘안’에 머무는 법
방학이다. 학교는 고요하다. 아이들과 우리는 서로 잠시 각자를 돌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은 명백히 쉼이 된다. 쉼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허락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일상을 일탈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한다. 행하는 모든 일은 그 의미를 따져보는 일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름이 지났다. 새로운 한 해가 다시 흐른다. 우리는 다시 흐르는 그 시간 위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나 또한 내가 있어야 할 위치가 어디이며 내가 지켜야 할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본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있어야 할 위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내 위칫값을 찾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나의 위치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다. 그곳은 ‘아이들의 옆’이다. 나는 나를 이해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데 미숙했다. 나를 인정하는 데는 더구나 서툴렀다. 어렵고 힘들었다. 무엇이 내가 원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서 살고 싶은지 나의 마음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 나는 나를 성찰하는 힘이 생겼다. 세상과 소통하고 나 자신과 소통하며 나를 알게 된 지금 나는 행복하다.
우리들의 삶은 ‘비교’가 아닌 ‘성찰’이어야 한다. 비교는 실상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나 우리는 차이점을 찾는다. 그리고 찾은 차이점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사람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리고 사람을 ‘분류’한다. 그런 세상의 질서가 나에게 내면화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기준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그런 아이들은 나와 세상이 만든 질서를 다시 내면화한다. 잘못된 인식과 기준이 내면화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세상이 세운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인해 내가 그랬듯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고 삶을 살아간다. 아프고 슬프다.
아이들도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현명하게 자기 자신에게 닿길 바란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 모두의 삶에 시행착오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과 소통하며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머물게 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의식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우리 자신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우리 안에 머물러 우리를 흔드는 바람이 잦아들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맘에 머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여러 상황 속에서 흔들리되 휘청거리지 않는 힘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현국 울산 학성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