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 세상떠난 한경화 교사, 제자들 위해 마지막까지 베풀고 간 선생님

2024-01-17     박재권 기자

지난해 말께 평소 앓던 지병 악화로 인해 세상을 떠난 울산 북구 화봉중학교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남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본보 취재진은 최근 자신을 ‘울산 북구에 사는 박모 할머니’라고 소개한 한 여성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우리 손자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한데 알릴 길이 없어서 메일을 보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화봉중에 다니는 손자가 졸업식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며 “담임 선생님께서 아파서 돌아가셨는데 그 선생님이 장학금을 주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감사해 알려보고 싶어서 복지관 선생님께 물어 메일을 보낸다”고 적었다.

16일 울산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해 10월께 지병으로 별세한 고 한경화(46) 선생님이었다.

한 선생님은 지난해 3월 화봉중에 부임해 두달여 동안 근무를 하다 5월부터 지병이 악화돼 병가를 내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유족에 따르면,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한 선생님은 스스로 힘들다고 판단한 뒤 꾸준히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겨 왔다. 특히 한 선생님이 남긴 메모 중에는 “마지막에 가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가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남편 손규상씨는 “아내의 마지막 뜻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근무지였던 화봉중에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한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부의금이다.

손씨는 “아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 선생님들께서 많이 찾아오셨다”며 “부조라는게 갚을 수 있으면 좋은데 학생들이 대다수라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이에 받은 만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게 맞겠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한 선생님은 전임 학교인 신정중학교에서도 학년 부장을 맡는 등 평소 학교 업무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 모범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한 선생님과 함께 일했던 교직원들은 “정말 성실하게 일을 하셨던 분이고, 강한 분이셨다”고 입을 모았다.

손씨 또한 “아내는 가정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없어 아이들과 저에게 중심이 되어주던 사람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아내의 직장 동료였던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아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화봉중은 올해 졸업한 3학년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모범이 되는 학생 5명에게 장학금 30만원씩을 전달했다. 내년에도 졸업생 5명을 선발해 나머지 장학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