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울산문예회관 찾는다

2024-01-19     전상헌 기자
앙상한 가지의 나무 한 그루와 바위 하나만 있는 황량한 어느 시골길을 배경으로 두 방랑자가 등장한다. 실체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주인공들의 대화가 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연극의 주인공은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이들의 연기 경력을 합하면 220년이 넘는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올해 첫 번째 초청 공연으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는 3월2일 오후 5시와 3월3일 오후 2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끝없는 기다림 속에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담은 이야기다. 관객은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의 만담 같은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삶의 허무함을 털어놓을 땐 이내 숙연해진다.

고전의 깊이와 감동을 살려내며 작품의 본질을 꿰뚫는 오경택 연출을 필두로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이 5인 5색의 매력을 뽐낸다.

역대 최고령 에스트라공을 연기하는 신구는 깊은 연륜과 특유의 재치 있는 호흡으로 친근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에스트라공을 선보여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박근형은 타고난 카리스마와 창의적 해석으로 거듭난 역동적인 블라디미르를 선보여 객석을 사로잡는다.

무대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색다른 럭키 역을 선보이는 박정자는 호흡과 몸짓만으로도 완벽하게 무대를 장악한다. 게다가 관객의 전율을 일으킬 8분가량의 독백도 준비할 예정이다.

김학철은 독특한 개성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권위적이면서도 엉뚱한 포조를 연기하며 극의 조화를 더하고, 소년 역의 김리안은 묘한 캐릭터를 살리며 극을 완성할 계획이다.

중학생 이상 관람이 가능한 이번 공연 티켓은 울산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등에서 오는 22일부터 예약할 수 있다.

마동철 울산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국 연극계를 끌어온 대배우가 원캐스트로 출연하는 새로운 제작 공연으로 연극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3만원. 회원·단체 등 20~30% 할인. 문의 275·9623.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