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시각]지역 의료 붕괴 가속화
반나절이면 전국을 오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 의료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 의료진이 굳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힘들여 갈 필요가 없다고 만류해도 환자의 의지를 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후 서울대병원 전원 문제로 지역 의료진의 가슴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부산에 있지만,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상위 3개에만 부여되는 최고 A등급을 4년 연속 받은 최고 지역의 최고 병원을 버리고, 서울대병원으로 날아가며 지역 의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몸소 보여줬다.
당에서는 이 대표 가족이 서울대병원으로 가길 원해 전원했다고 하나, 중환자임을 감안하면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사실 가족 간호를 위해 지역으로 오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동안 지역 환자들이 수많은 불편을 감수하고도, 서울로 향하는 것만 문제라고 생각했다. 1·2차 의료기관과 지역에 있는 3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질병임에도 환자들은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고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 그래도 서울의 대형병원이 최고라는 인식이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엔 ‘역시 서울이 최고’라는 생각이 문신처럼 각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둘러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의료 붕괴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본다. 지역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떠나면, 지역 병원의 환자는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의료진도 환자가 몰리는 서울로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며 지역 의료 붕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금도 지역에서는 연봉 수억원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의료 인프라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연봉 10억원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두 차례나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0명이었다. 경남 산청의 보건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6000만원 짜리 의사를 1년 동안 5차례나 공고를 내 겨우 구했다. 이제 병원에서 이런 구인 광고는 낯설지 않은 상황이라 한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지역 필수 의료 구축을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립대가 없는 울산의 경우 울산대병원이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준국립대병원 역할을 맡아 지방대 의대 수준을 서울대만큼 끌어올리고, 지역 의료기관에 전공의, 전문의, 간호사를 파견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지방대 의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해당 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과 공공병원에 배정되는 전공의 수를 확대하고, 지역인재전형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전상헌 문화부장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