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태화강 대심도 고속도로

2024-01-26     경상일보

김두겸 시장은 지난해 12월26일 지역 언론 신년 인터뷰에서 “태화강을 따라 신복로터리에서 장생포에 이르는 고속도로 연장 대심도 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 관계자가 “지난 10월에 이 아이디어를 국토부에 냈고, 긍정적인 답변을 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울산 연구를 오래 해 온 필자가 볼 때도 이 사업은 꼭 필요하다.

울산시의 공간구조를 보면 행정구역 동쪽 해안가에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단이 있고, 중앙에는 남구와 중구의 도심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산단물류가 들어오고 나가는 경부고속도로 등은 중심 시가지 서쪽에 치우쳐서 남북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 때문에 특히 울산·미포국가산단과 울산본항 물류의 상당 부분은 시가지를 통과하고 있다. 불필요한 통과 교통이 시내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주로 중대형인 물류 차량은 소음과 매연 배출은 물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울산국가산단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출·퇴근 차량과 삼산동 일대의 광역 도시서비스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승용차, 그리고 국가산단을 포함한 항만 수송 물류가 시가지 중심을 통과하다 보니 특히, 러시아워 때면 문수로와 삼산로 같은 간선도로는 지체와 정체가 심하다. 이런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도시 중앙을 동서와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시 고속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울산의 경우 도심 구간을 동서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설치할 토지 확보가 불가능한 실정이고, 설령 도로 용지를 찾는다 해도 토지보상비는 천문학적 액수일 수밖에 없고, 공사 또한 쉽지 않아서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일한 대안이 바로 태화강을 이용한 대심도 터널 도로라고 할 수 있다.

강바닥을 지나는 도심 고속도로를 건설해서 성공한 예는 스페인 마드리드가 유명하다. 마드리드 도심 순환 M30 고속도로는 처음 건설된 1970년대에는 일반 고속도로였으나 시가지가 팽창하면서 고속도로가 지역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자 지하 고속도로로 변경했다. 마드리드시는 관광교통국 산하에 ‘마드리드 M30 콜’ 회사를 만들고, 약 5조원 가까운 예산으로 2004년 9월부터 2007년까지 만사나레스 강변 구간 12.5㎞ 등에 4개의 터널을 만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전에는 고속도로로 강을 건너는데 자동차로 30분 걸리던 것이 도보로 이어지면서 고속도로 양쪽의 단절은 풀렸고, 고속도로 지하화로 생긴 상부 강변과 둔치에는 드넓은 공원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강변 경관 또한 180도 달라졌다.

서울시에서도 마드리드 M30을 보고 서초-양재 구간 지하화 구상을 한 지 10년 가까이 됐고, 경부고속도로 동탄 구간은 지하 고속도로 개통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고속도로는 편리한 존재이지만 늘어나는 차량으로 소음과 매연 피해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에 지역간 단절 극복과 차량 통행 속도를 높이고, 공해까지 모두 잡기 위해 고속도로 지하화가 추진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는 당장 도심 내부의 구조적인 도로망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당면 목표이지만 지하 고속도로가 주는 편익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두겸 시장이 밝혔듯이 태화강 대심도 고속도로는 이루지 못한 울산고속도로 무료화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다. 울산고속도로는 울산시 등록자동차가 불과 1283대에 불과하던 1969년 12월에 개통했다. 당시 정부는 울산국가산단을 위해 경인고속도로에 이어 두 번째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그 이후에는 반세기 넘게 울산미포국가산단의 물류와 대도시로 성장한 울산 도심의 교통량을 해소할 도시고속도로 투자가 없었다.

김두겸 시장의 지적처럼 토지보상비가 거의 들지 않는 태화강 대심도 터널은 전체 공사비에서 유리한 점이 많고, 무엇보다도 일단 착공하면 준공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기술적으로도 2010년에 완공한 가덕해저 터널을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관건은 사업비인데, 이는 울산고속도로를 연장하는 개념에서 푼다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우리 울산은 매년 20조원 정도의 국세를 중앙정부에 내고 있다. 가령 이 사업비가 1조원 정도라 해도 연간 국세액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역 경제에 생기가 돌 수 있게 해야 한다. 길이 10㎞ 남짓한 도시고속도로 한 줄기가 울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태화강 대심도 고속도로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