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조희대 대법원의 출발

2024-01-29     경상일보

2023년 12월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이 새롭게 출발했다. 헌법상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지만, 정년이 70세이기 때문에, 그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27월 6월5일까지만 제17대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이균용 서울고법부장판사가 처음 후보자로 지명될 때에도 3명의 후보자 중에 들어 있었고, 대한변협이 추천한 후보자에도 들어 있는 등 여러 채널에서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던 후보자였다. 그만큼 누가 봐도 대법원장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작은 키에 깡마른 얼굴,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중언부언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말만 단문으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 원칙과 소신에 철저하고 불의 부패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다른 공직후보자와는 달리 재산 증식 과정이나 자녀 교육 과정 및 병역에 있어서 편법을 동원한 이력이 전혀 질의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국회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도 반대 18표, 기권 10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이지만, 야당의원들도 거의 대부분 찬성한 것이다.

나무위키에는 조대법원장이 이전 대법관을 하면서 내린 주요 사건에서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즉, 2017년 땅콩회항 사건에서는,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라면 지상이든 공중이든 불문하고 모두 항로에 해당하므로 조승연 대한항공 전무에게 항로변경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고(소수의견), 2018년 있었던, 국방부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에게 강제전역의 징계를 내린 사건에 있어서는, 군기문란의 우려가 있으므로 징계가 정당하다고 했다(소수의견). 또 2018년 원세훈 국정원장이 댓글을 달아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사건에서는,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무죄라고 했고(소수의견),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는 이를 인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소수의견).

본인의 별명이 소수의견이듯이, 여러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내었다. 그가 내린 소수의견을 굳이 세간의 시각으로 정치와 연결시켜 보면, 대체로 현재의 여당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에 유리하든 야당에 유리하든, 보수에 속하든 진보에 속하든, 법관이 양심을 걸고 치밀하게 법리로만 따져서 내린 결론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 대법원장도 후보지명 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의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본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평등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빈부 간에 심한 차별을 느끼게 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반성했다. 그리고, 재판과 사법정보의 공개 범위를 넓혀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고, 법관증원도 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사법정보의 공개 등이 집중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들어 대법원은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재판지연을 막고자 재판장인 법관은 3년 동안, 재판장 아닌 법관은 2년 동안 같은 업무를 연속해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이 처음 실시한 법원장후보추천제(법원장을 해당 법원의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서 임명하는 제도)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실제로 지난 26일 법원장 인사를 판사들의 추천 없이 했다. 그 외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와 관련해 ‘임의적 대면심사제도’(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때 법관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사람을 불러서 대면심사를 한 다음 발부하는 제도)와 ‘조건부 구속영장제’(구속영장을 발부하지만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서 석방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실제로 구속하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쪼록 조희대 대법원이 많은 성과를 거두어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면 좋겠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