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4개 나라에서 온 대학원생의 울산 도시재생 견학
2023년 12월22일, 22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울산을 찾았다. 이들은 모두 세계 여러 나라의 공무원으로서 한국 환경부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서울시립대학교의 국제도시과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그리고 한국에 머무는 2년 동안 전공 학습은 물론 한국의 다양한 선진 현장들을 견학한다. 특히 환경과 관련하여 자원순환센터, 생태자원센터 등이 단골 견학지인데, 도시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는 도시재생 사례를 방문하기도 한다. 울산 도시재생사업지는 2021년에 학생들과 처음 오게 되었는데, 그 어떤 견학지보다 내용이 흥미롭고 관계자분들의 정성스런 안내로 배운 것이 많아 매년 다시 찾게 되었다. 또 울산은 역사·문화·생태자원을 잘 활용하여 산업수도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도시 브랜딩의 현장으로도 인식되어 더욱 호감이 가는 도시이다.
울산광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견학이 처음 시작된 곳은 중앙동에 위치한 ‘중구문화원 마당’이다. 문화원 조성 시 조선시대 관청 한옥을 정비하여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는데, 한옥의 전면인 문화원 1층을 주차 없이 비워 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빈 공간을 활용해 공연하고, 다시 한옥 건물 내에서 공연하면 빈 공간은 관람석으로 이용하는 등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며 문화·창조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우수 사례로 여겨진다.
다음은 원도심의 골목길 중 하나인 ‘똑딱길’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좁은 골목길에 겨울임에도 생생한 화분들이 즐비하며, 화려한 색조의 벽화로 채워져 있다. 도시재생 주민공모를 통해 시작된 화분길 조성사업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의 자발적 조성과 관리가 더해져 우리가 보아 온 유사한 골목 재생 중 가장 활기찬 모습이었다.
똑딱길의 끝에는 청년쇼핑몰인 ‘소밀정원(具 상일상회)’이 위치한다. 창업 인큐베이터로 청년들이 운영하며, 떠날 즈음에는 대부분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노후된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지역의 특화자원인 태화강 국가정원을 반영하여 정원 분위기를 내는 것이 하나의 포인트였다고 한다. 이후 중심 상가가 즐비한 젊음의 거리의 급수탑 수원지 문화공간에 도착했다. 재생사업 중 지역자원 발굴 일환으로 울산역의 급수 우물을 발견해서 복원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혀 주변상권의 활성화와 주민편의를 도모했는지에 대한 해설을 재미있게 듣고 보니, 이 공간 또한 세심한 눈길과 손길, 배려로 이루어진 도시 재생의 현장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중앙동 재생 투어를 생생하고 풍성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 울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양성한 12분의 해설사와 몇 년에 걸쳐 우리 그룹과 동행하며 살아 있는 경험에서만 나오는 세밀한 설명을 곳곳에서 더해주고 우리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해 준 재생담당 선생님들 덕이었다. 이분들의 재생을 향한 열정과 보람이 그대로 전달되어 명실공이 배우는 현장이 될 수 있었다. 또 명백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울산광역시가 내건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에 부합하듯이, 역사, 문화적인 요소를 새롭게 해석하여 도시를 보다 흥미롭게 재구성하고자 하는 의도와 노력이었다.
우리 대학원생들이 몇 번의 견학으로 울산의 모든 것을 접한 것은 아니지만, 울산의 도시재생의 한 단면만 보더라도 울산은 산업수도와 문화도시로서의 면모가 긴장감 있게 녹아든 흥미로운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에는 현재 약 150명의 외국인들이 석사과정으로 재학 중인데, 아직도 울산을, 울산의 도시재생을 보지 못한 여러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올해도 또 울산 도시재생을 방문할 것이다.
이신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