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중·하류로 이어지는 개울 오물 천지

2024-02-07     신동섭 기자
울산 북구에는 지방하천 20개와 30개의 소하천이 흐른다. 울주군에 이어 가장 많은 하천이 분포돼 있다.

이 중 명촌천은 연장 약 9.9㎞, 면적 약 21.8㎢로, 송정택지지구에서 발원해 효문공업단지를 거쳐 명촌동에서 태화강으로 합류한다. 태화강 최후의 지류이며, 계절에 따라 유량 변동이 크다. 하천 가장자리를 따라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소규모의 습지 형성에 따라 다양한 습지 식생이 서식하고 있다.

상류 지점에는 환경정비가 대체로 잘 되어 있지만, 중류와 하류 그리고 명촌천으로 이어지는 구거에서는 하천 물길이 막힐 정도로 오물 천지다. 사실상 방치된 하천이나 다를 바 없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명촌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북구 효문역 인근. 동해남부선 철도 교각 아래 일원의 구거에는 엔진오일, 요소수통과 페인트통, 페트병, 캔, 비닐 등 생활 및 산업폐기물들이 쌓여 있다. 인근 꽃단지 조성지를 따라 연암정원 방면으로 100여m 들어가면 합판, 고무호스, 고무 대야부터 침대 매트리스, 소파 등 폐가구에 세탁기까지 버려져 있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쓰레기들이 썩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앞 교차로 인근. 도로를 따라 조성된 인도 옆 구거도 생활 쓰레기가 뒤덮고 있다. 하천수 표면은 기름띠와 함께 뿌연 색깔로 바닥을 알아볼 수 없다.

구거가 연결되는 명촌천 중류의 상황도 비슷하다. 하천 바닥은 오랜 세월 쌓인 오니로 덮여있고 각종 생활 및 산업폐기물이 갈대에 엉켜 썩어가고 있다. 수심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임에도 물이 흐르지 않거나 역류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특히 제방 둑에 설치된 관로에서 배출된 불명수가 하천에 닿자마자 노란 거품이 생겼다. 오염수임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

인근에서 낚시하던 A씨는 “하천을 가득 메운 갈대로 물이 흐르지 않고, 갈대가 거름망 역할을 해 비가 오더라도 쓰레기들이 떠내려가지 않는다”며 “하천 바닥 전체를 준설해서 주변 환경을 정비하지 않고서는 근원적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북구청은 연암천, 명촌천 하류 하수관로의 노후, 파손, 오접합 등으로 관로 내 불명수 유입 최소화 및 하천 수질환경개선을 위해 지난 2022년과 지난해 8억5000여만원을 들여 효문공단과 화봉지구, 강동산하지구 등의 오접정비공사를 통해 우수·오수관을 분리하거나 우수관을 신설했다. 올해도 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북구청은 올해 오접 정비공사가 완료되면 연암·효문공단의 불명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명촌천 일대의 반복적인 하천 범람과 배수불량에 의한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2026년까지 총 490억원을 투입해 1.95㎞ 길이의 분류 수로를 설치·확장하고, 명촌천 하부 배수펌프장 1곳을 210t에서 1800t으로 확장하는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도 진행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갈대 제거 등 환경정비와 하천 바닥에 침잠해 썩어가는 폐기물 제거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갈대를 제거하기 위해선 하천 준설이 필수적이어서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적잖은 예산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해야 해 행정기관으로서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앞으로 지속되면 철새 서식지가 조성된 태화강 하류에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인석 녹색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행정기관과 공단,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구조적 문제다. 특히 하천종합정비계획 같은 계획은 수립돼 있지만 예산 혹은 다양한 이유로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다”며 “명촌천의 경우 흰죽지, 청둥오리 등 생물다양성이 높은 편이다. 꾸미면 서울 중랑천만큼 잘 꾸밀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깨끗해진 태화강 사례처럼 행정과 기업, 주민들이 협력해 하천을 살리기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