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복귀 ‘이제는 vs 아직은’…코로나 딜레마
사흘간 확진자 1명 추가 등...울산지역 코로나 소강국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울산 전체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행정기관, 개인, 학원, 어린이집, 음식점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울산지역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사흘간 1명에 그치며 탈출구가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울산시는 진정국면으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판단,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큰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1130곳에 대한 집중관리에 들어가는 등 신종코로나 완전 종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 ‘일상 정상화’ 고심
市도 경제 때문에 고민 커
의료계 “정부 권고 준수를”
市, 대규모 감염 경계 태세
집단시설 1130곳 특별점검
◇딜레마가 일상이 된 울산시민
고3 입시생인 학부모 A씨는 신종코로나 딜레마에 직면했다. 아이를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지, 안보내는 것이 답인지 헷갈려서다. 특히 최근 울산 확진자 1명이 학원강사로 알려지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A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맘카페·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도 논쟁은 팽팽하다. ‘개인 선택이라지만 학교도 휴업하는데, 학원에 보내면 안 된다’는 의견과 ‘코로나 보다 공부가 더 걱정이다’는 주장이 맞선다.
학원운영자 또한 고민이다. 정부의 권고대로 휴원했다가는 영원히 휴원(폐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민 B씨는 7세 딸과 4세 아들은 두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맞벌이인 A씨 가족은 여러차례 판단의 기로에 빠졌다. 딸을 초등학교 긴급돌봄에, 아들을 어린이집 긴급보육에 보내느냐를 놓고서다. 보내자니 감염이 무섭고, 안보내자니 무리해 자식들을 돌봐주던 부모님의 건강 악화가 걱정된다.
식당을 하는 시민 C씨도 딜레마에 빠졌다. 가게를 계속 여는 게 답인지, 닫는 게 맞는 지 판단이 잘 안선다고 한다. 가게를 열면 인건비와 식자재 관리 등이 걱정되고, 닫으면 혹여 단골 손님을 잃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다.
보름 넘게 ‘집콕’하던 주부 D씨는 봄맞이 외출을 고민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서다. 봄꽃 나들이로 기분을 전환하고 싶지만, 신종코로나가 걱정된다.
F씨는 대구에 사는 어머니를 울산으로 모셔올까 생각했다. 70대 이상 기저질환자에게 신종코로나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씨 부부가 사람들과 대면하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울산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처럼 이제 모든 일상에서 매 순간 이같은 딜레마가 찾아온다.
◇박멸이냐 경제살리기냐 선택 기로
울산시정 역시 딜레마에 처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다만 잠식된 경제살리기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느냐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자칫 잘못된 의사 결정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 속에 시민과 행정기관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중앙정부의 로드맵에 반드시 따를 것을 권고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국민은 당분간 자택에 머물며 최대한 외출과 이동을 자제하고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신종코로나의 전국 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강조했다. 신종코로나의 전염력이 강해 안심하고 방심하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닥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종코로나를 우선 제압하고, 경제와 시민들의 일상을 정상화하는 게 순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다.
◇닷새동안 1명뿐, 조기 종식에 총력
다행히 울산의 감염증 확산은 소강국면이다. 확진자는 사흘간 1명에 그쳤다. 지난 5일 0명, 6일 0명, 7일 1명, 8일 0명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추가 감염된 울산 24번 확진자는 할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지난달 29일 토요일부터 2일 월요일까지 2박3일 동안 대구 달서구 소재 삼일병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울산시는 이 확진자가 대구 장례식장에서 감염된 것인지, 접촉자가 누구인지 등 자세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울산시는 확산추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한다. 특히 울산의 최대 위협 요소로 분류되는 ‘대구·경북’의 확산추세가 여전히 거센데다 위험요소가 많이 남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유행의 징조가 자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당제생병원, 경북 청도 대남병원, 칠곡 밀알사랑의 집, 봉화 푸른요양원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울산시는 지역 내 집단생활 시설 1130곳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대상 시설은 요양병원 42곳(9601명), 노인시설 118곳(5401명), 아동시설 920곳(6769명), 장애인시설 37곳(1385명), 여성·청소년시설 11곳(306명), 기타 2곳(168명)이다. 점검에는 울산시와 구·군 공무원 150명이 투입됐다.
한편 중대본은 8일 오후 4시 현재 국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총 7313명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 누적 확진자는 6462명으로 전체 90%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총 50명, 완치해 격리에서 해제된 확진자는 총 130명이다. 최창환·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