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유가폭락까지…정유·석유화학업계 ‘비명’

코로나 사태 전세계 확산
에너지 수요 감소 우려에
국제유가 폭락으로 이어져
정제마진 악화·재고 손실
잇따른 악재 자구책 모색

2020-03-09     김창식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및 에너지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가 폭락,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은 원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호재로 평가되지만, 현재는 코로나 확산 사태로 인한 글로벌 수요 급감이라는 돌발변수로 업계는 정제마진 악화, 재고 손실까지 겹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해 국제유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5달러로 전장보다 21%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로 원유 수요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마저 틀어지자 골드만삭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울산 정유업계는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하락과 코로나 여파에 따른 수요감소에 이어 국제유가 폭락까지 덮치며 복합 충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전주보다 0.9달러 하락한 1.4달러에 그쳤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0.6%) 1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손익분기점(4~5달러선)을 크게 밑도는 정제마진에다 국제유가까지 급락해 재고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불확실성이 터져 그야말로 ‘초멘붕’ 상태”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8.24%), S-OIL(-9.80%) 등 정유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업계는 자구책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 카드를 꺼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국내 1위 사업자인 SK에너지가 이달부터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15% 낮췄다.

SK에너지는 향후 시황에 따라 가동률을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으며 S-OIL,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시름 놓았지만,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 제품가격도 하락해 원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동반 하락해 원가 하락에 도움이 된다”면서 “하지만, 소비가 위축되면 플라스틱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데, 그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