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법조인 출마자와 과거의 변호 활동
4월10일에 있을 22대 총선의 출마자는 전부 몇 명이나 될까. 비례대표를 포함해 604명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적다. 그 정도의 숫자라면,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604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31일자 모 신문에 의하면 604명 중 정당의 추천을 받고 출마하는 법조인의 숫자는 103명이라고 한다. 전체의 17% 가량이다.
8년 전의 20대 총선에서는 126명이 출마했고, 4년 전의 21대 총선에서는 118명이 출마했는데, 이번 총선에는 103명이 출마했으니 갈수록 법조인 출마자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국민들이나 정치권에서 이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은 별로라고 평가하는 듯 하기도 하다. 어쨌든 아직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법조인의 숫자가 많은 것도 사실인데, 이와 관련해 여러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 자주 나오는 박성민 대표(정치컨설팅민 대표)는 “법률 전문가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외교·안보, AI, 고령화 등 다른 분야와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법조인 출마자와 관련해 과거에는 없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즉, 과거에는 법조인 출마자의 변호사 시절 변론내용이 공격의 대상으로 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 성범죄를 둘러싼 과거 변호 활동이 계속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가장 먼저 강북을에서 민주당의 공천으로 출마를 선언했던 조수진 후보가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그가 변호사 시절에 다수의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은 조수진 후보가 ‘초등학생이 강간 피해를 당했는데,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던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에서도 ‘민변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를 자처했으나 정작 자신은 10세 아동의 성 착취물을 제작한 남성의 사건 변호를 맡아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것을 개인 블로그에 홍보하기도 했다’고 하면서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에 결국 조수진 후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하면서, 후보를 자진 사퇴했다. 자신이 완주할 경우 계속해 논란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자 이를 계기로 각 당에서는 상대 당 법조인 출마자의 과거 변론 내용을 문제 삼아서 공격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3월25일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자 중에서도 악성 성범죄 변호 이력이 있는 법조인들이 있다고 하면서, 국민의힘은 그들에 대한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3월30일 노컷뉴스는 국민의힘 변호사 후보자 중 몇 명의 과거 변론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한동훈 선대위원장이 그런 자당의 후보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과거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의 변론 내용까지 문제 삼아서 법조인 후보자의 후보 자격을 공격하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의사 출신 후보자에 대해 과거 의사 시절 범죄자의 병을 치료해 준 것을 문제 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성범죄 사건이나 기타 각종 범죄 사건의 가해자를 변호하더라도, 그것은 성범죄나 기타 범죄행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런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로 지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무죄일 수도 있고, 또 가해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나름대로 변명할 말이 있으니 그것을 변호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원에 대해 그런 모든 사정을 참작해 균형 잡힌 판결을 해 달라고 하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이 가해자를 손가락질 하는 가운데, 그 사람의 사정을 변호해 줄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드러난 사정만을 감안해 재판을 하게 되면, 오히려 최악의 재판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막고자 우리의 사법체계가 변호사 제도를 마련해 두고 가해자를 변호하라고 했는데, 그런 변호 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이 어떻게든 상대방을 흠집 내려고 하다 보니, 법조인 출마자의 과거변론 내용에까지 눈이 돌아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우리 국민은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