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송경동 ‘눈물겨운 봄’

2024-04-08     경상일보

으쌰 으쌰

한 쪽 다리가 짧은 장애를 가진 넝마주이 사내가
왼발 오른발을 피스톤인 양 힘차게 실룩이며
독산동 고갯길을 올라가고 있다

리어카보다 큰 녹슨 철 대문 한 짝 싣고
구안와사 입도 따라 꽃잎처럼 벙그러져
신났다
기운 내세요! 라는 오래된 갑골문자
거룩한 것들은 왜 모두
아프거나 가난한가


“삶의 파고를 인내하고 마주보려는 자세를…”

이란 감독 마지드 마지디의 <참새들의 합창>이란 영화에는 큰딸의 보청기가 고장 나 고심하는 차에 설상가상으로 직장까지 잃게 된 카림이란 사내가 나온다. 카림은 고물 오토바이로 운전 일을 하면서 온갖 물건을 실어 나르는데 그중 커다란 파란색 철 대문을 싣고 들판을 지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시에도 카림처럼 리어카에 녹슨 철 대문을 싣고 가는 넝마주이가 나온다. 한쪽 다리가 짧아서 힘겹게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썩 괜찮은 고물을 가져오게 되어 입은 ‘꽃잎처럼’ 벙글거리는. 아, 우리도 빙그레 미소짓게 된다, 눈물짓게 된다. 시인은 묻는다. ‘거룩한 것은 왜 모두/아프거나 가난한가’하고. 그것은 시인이 보잘것없고 남루한 삶에서 거룩한 것을 볼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카림이 파란 철 대문을 힘겹게 싣고 가는 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는 책임감과 사랑 때문이다. 넝마주이가 힘겹게 고갯길을 오르는 것도 같은 연유이리라.

우리는 흔히 뛰어나게 아름답거나 조화로워 보이는 것을 거룩하고 숭고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자기 삶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 운명에 굴하지 않고 삶의 파고를 굳건히 인내하며 마주 보려는 이 자세야말로 거룩하고 숭고하다.

그래서 우리도 함께 으샤 으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