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계 ‘팬데믹 쇼크’

수요감소·교역 제한 등
업황회복 더 불투명해져
현대車 대내외 판매 비상
신차 발표도 잇따라 차질
유화업계 유가폭락 이중고

2020-03-12     이형중 기자
울산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산업계 전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수요감소, 공급망 중단, 교역 제한으로 인한 업황회복 지연 등 앞날이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상황은 악화일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선언 속에 총 123곳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대외교역 비중이 높은 울산 산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였다.

당장 자동차 업계가 비상이다. 지난달엔 국내 판매가 급감해도 해외에서 버텨줬는데 이제는 국내외 시장 모두 어렵게 됐다. 국내 판매는 지난달 전반기에는 조금 부진한 정도였는데 하반기에는 감소율이 30~40%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엔 주요 판매처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자동차 구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당장 신차 발표부터 차질이 생겼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새로 내놓는 G80을 다음 달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모터쇼 행사 자체가 연기됐다. 현대차는 다음 주 미국에서 아반떼 발표를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아반떼 출시를 다음 달로 미뤄둔 상태다. 그나마도 G80과 아반떼 모두 신차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할 예정이다.

현대차로서는 신차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도 부족한 상황에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특히 아반떼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다량 판매되는 모델이고 G80은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차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급적 출장은 제한해서 본사와 해외법인 간에 인력이 오가는 일은 거의 막혔다.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여러 애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유·화학업계는 수요 감소에 국제유가 폭락까지 더한 복합 충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가 중국과 국내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국면과 달리 팬데믹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라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화학사들이 새 먹거리로 ‘올인’하는 배터리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유럽,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개화하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급증하는 배터리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 증설에 주력하고 있으나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 확장에 일부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장을 하나 더 신설하고 헝가리 2공장도 증설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건설업계는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