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사태에 물가폭등 조짐…정치권, 민생챙기기 나서야

2024-04-16     경상일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지 세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안 그래도 들썩거리는 국내 물가에 기름을 퍼부은 꼴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벌써 10차례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은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고, 농산물 가격도 출렁이고 있어서다.

실제 본보 취재팀이 남구의 한 대형마트를 둘러본 결과 농수산물을 선뜻 구입하는 고객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신선식품을 찾아 도매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제철 산나물 등이 진열돼 있지만 보기만 할 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5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동기보다 평균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식용유는 지난해 1분기 평균 643.3원에서 올해 1분기 963.7원으로 49.8%나 올랐다. 필수 식재료인 설탕과 된장도 각각 27.7%, 17.4% 상승했다. 카레(16.3%), 우유(13.2%), 맛살(12.3%), 커피믹스(11.6%), 고추장(7.8%), 햄(7.6%), 시리얼(6.7%)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유가는 무엇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항목이다. 이란의 보복공격 전인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선 이번 무력충돌이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로선 고유가로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신(新) 3고(高)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금융·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생길 때 적절하게 대응하고 물가안정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유가 인상은 기업의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서민 생계에도 못지 않은 타격을 준다. 총선이 끝난만큼 여야 정치권은 이제 하루빨리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