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40)]연두세상 답청(踏靑)하며 노닐다

2024-04-16     이재명 기자

가지마다 매일 새순이 소록소록 돋아나고 있다. 그 새순들이 모여 연두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두(軟豆) 연(軟) 자는 ‘연약하다’는 뜻이며, 두(豆) 자는 완두콩을 의미한다. 연두는 어떻게 보면 노랑색에 가깝기도 하다. 그래서 영어로는 옐로그린(yellow-green)이라고 한다.

지난 11일은 음력 3월3일 삼짇날이었다. 또 오는 19일은 곡우(穀雨)다. 삼짇날과 곡우 사이, 이 시간이 나들이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삼월삼짇날은 답청일(踏靑日) 또는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은 산이나 들에 나가 파랗게 돋아난 풀을 밟으며 먹고 마셨다. 화가 신윤복이 그린 ‘연소답청(年少踏靑)’은 이 맘 때의 나들이를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이다. 화창한 봄날 선비들과 기생들이 무리를 지어 꽃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돌아오기 위해서는/ 떠났어야 했으리라/ 이 하루를 위하여는/ 기인 이별이 있어야 했으리라// 작년 간 꽃제비는/ 낡은 옛집 아니 잊어/ 돌아와 손질하여/ 새 집처럼 꾸미는데// 그리운 손님이여/ 이날도 다아 기울어가는데/ 어디까지 왔니?/ 당당 멀었니? ‘삼월 삼짇날’ 전문(유안진)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제비는 몸길이 17㎝정도인데, 4월말 무렵부터 둥지를 지어 2회 번식을 한다. 제비의 외관은 말 그대로 ‘연미복(燕尾服)’을 닮았다. 두 갈래로 길게 갈라진 이 옷은 주로 성악가들이 입는데, 한자로는 제비 연(燕)에 꼬리 미(尾)를 쓴다.



연못가에 새로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간 제비가 푸른편지 보고요/ 조선봄이 그리워 다시찾아 옵니다.

서덕출의 ‘봄편지’는 널리 알려진 동요다. 그는 줄곧 태화강 인근에서 살았는데 5살 때 대청마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치는 바람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됐다. 1925년 아동잡지 <어린이>에 ‘봄편지’가 입선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 됐다.

며칠 안 있으면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곡우(穀雨)다. 곡우는 차 마니아들에게 기념일이나 다름 없다. 곡우 5일 전의 찻잎을 덖어서 만든 것을 우전(雨前), 즉 ‘첫물차’라고 하고, 곡우날 잎을 따 만든 것을 곡우차(穀雨茶)라 한다. 연둣빛 첫물차을 마시며 답청하기 이를 데 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