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공지능 발전과 전기 부족
“인공지능(AI) 발전의 제약은 변압기 공급과 전력 확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현재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처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 데이터센터는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릴만큼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유튜브 등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 발전을 전기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논의가 많다. 현재 전력시장이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이루면서 동시에 이러한 급격한 에너지 증가에 대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발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러한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우선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전력산업에서는 앞으로 모든 인간의 활동은 전력사용을 기반으로 발전할 것을 상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2050년에는 현재보다 2.3배 정도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본다. 이를 ‘전기화’라고 한다. 현재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전기차로 바뀌고, 난방이나 취사도 전기로 대체될 것이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 전기를 고려해야 하는데 2022년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전력량은 466TWh로 독일의 1년 전력소비량인 490TWh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가 폭증한다고 보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2026년이면 최소 620TWh에서 최대 1050TWh까지로 본다. 상당한 양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 전체의 전기사용량을 감안하면 감당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를 감당할 신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있는가와 비용은 적정한가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의 최대 필요량은 여름철 냉방수요로 약 98GWh 정도이고, 발전용량은 여유용량을 포함해 140GW 규모이다. 2050년이 되면 전기화에 데이터센터로 인한 증가를 포함해도 최대 필요량은 300GWh, 발전용량은 350GW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중 70%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본다면 245GW, 태양광과 풍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각각 123GW의 발전용량이 필요하다. 다만 태양광의 효율을 20%, 풍력의 효율을 35%로 보면 태양광은 615GW, 풍력은 351GW가 된다. 나머지는 수소터빈과 원전 등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원자력, 수소터빈 등은 건설가능 용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면 태양광과 풍력의 설치 가능 용량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과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이 중심이 되면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소출량은 15% 정도 줄어들 수 있으나 태양광으로 인한 농가소득이 증가하므로 농민 입장에서는 이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의 영농형 태양광의 잠재력은 744GW에서 1860GW까지 보고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건물의 지붕과 남측 벽면을 이용하는 태양광으로 현재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모듈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면 이 분야야말로 태양광의 ‘총아’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각 가정은 전기 판매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건물일체형 태양광의 잠재량은 발전효율을 25%로 봤을 때 약 245GW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육상풍력의 잠재량은 352GW, 해상풍력의 잠재량은 624GW로 보고 있다.
비용면에서도 신재생 확대에 매우 희망적이다. 발전원가(LCOE)를 살펴보면 현재 주된 발전원인 석탄 발전의 경우는 발전원가가 1kWh당 81.23원, 복합화력은 92.01원인데 반해 태양광은 140원, 육상풍력은 167원, 해상풍력은 270원으로 높다. 하지만 블룸버그 전망치를 보면 2036년에 태양광은 64.4원, 육상풍력은 136원, 해상풍력은 218원이고, 2050년에는 태양광은 58원, 육상풍력은 64원, 해상풍력은 88원 정도로 계속 줄어든다. 신재생의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될 수는 있겠지만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마냥 두려워할 만한 변화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