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대병원 도심이전 공방, ‘대결’ 대신 ‘대안’ 내놓아야

2024-04-24     경상일보

울산대학교병원의 도심 이전이 울산지역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22일 기자회견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을 도심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자 그 다음 날 동구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이구동성으로 “시장으로서 울산시의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불과 하루만에 거세게 불붙은 울산대병원 이전 공방은 한동안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공방은 언젠가는 한번 치러내야 할 홍역 같은 것이어서, 어쩌면 이번 공방을 오히려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의제일수록, 모두가 건드리기 싫어하는 현안일수록 오랜 숙제로 남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 울산대병원 이전 논의가 자의든 타의든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제는 할 수 없이라도 본격적인 토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울산대병원의 도심 이전 문제는 한두 해 끌어온 문제가 아니다. 이전의 모든 민선시장들이 한번씩 고민을 해왔고, 제 나름대로 해법을 찾다가 결국은 유야무야시킨 역사가 있다. 이번에 김두겸 시장이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울산시민들 중 상당수는 울산에 하나밖에 없는 대학병원이 도심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김 시장은 “정원 120명 확정 조건이 지켜진다면, 이번 계기가 울산대병원을 도심으로 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울산대병원을 접근성이 좋은 도심지로 옮기면 시민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고, KTX와 연계해 인근 경북 포항과 경주, 부산 일부 수요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구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김 시장의 발언은 지극히 실망을 안겨주는 발언임에 틀림없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은 국정철학의 화두여서 비판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주민들은 이날 “지난 2015년 조선업 불황으로 겪은 경기 침체 등의 아픔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뼈아픈 지난날을 되짚었다.

울산은 전국적으로 의료기반이 가장 열악한 도시다. 이런 상황에서 인화성 높은 울산대병원 이전 문제를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시민 여론이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미 떠오른 뜨거운 감자를 안 건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울산대와 울산대병원 측은 아직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런만큼 지금은 공격적인 자세 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토론과 협의, 대안제시 등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면 울산 미래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