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울산은 신청 안 하나

2024-04-25     경상일보

2024년 3월28일 ‘제25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그동안 여러 논쟁이 이어져 온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장애인 정책은 이해당사자도 다양하고 도로나 대중교통, 건축물같은 인프라 개선부터 자립 지원까지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관심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 도입과 장애인 개인예산제(이하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등 장애인 지원 체계를 정비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개인예산제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전 영역을 대상으로 일정한 절차를 거쳐 총량이 산출되면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개인이 선택과 통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주도성을 강조한다. 영국과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개인예산제는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일부 보장하기 때문에 이용자 중심 서비스 제도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른바 공급자로 불리는 국가는 전문 서비스 공급, 필요한 자원 연계, 이용자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옹호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 보고대로라면 올해 6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획일적 서비스 제공 체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가 모든 걸 정해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시하고 이를 반영해서 제공하는 구조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립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주는대로 받는 건 사실상 자립이라고 보기 어렵다.

작년에 수행했던 모의적용은 김포, 마포, 세종, 예산에서 6개월간 86명이 참여했다. 사업모델은 두가지다.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의 10% 범위에서 개인별 이용계획에 따라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급여유연화 모델’과 활동지원 급여의 20% 범위에서 간호(조무)사 등 특수자격 인력을 선택해서 이용하는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이다. 모의적용은 개인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예산 비율과 서비스 영역이 제한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결국 예산 문제다.

올해 시범사업은 모의적용 모델을 통합한 후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20% 범위에서 개인예산을 할당한 후 계획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술과 담배 등 일부 지원 배제 항목을 빼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시범사업은 8개 지자체와 21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서 시행한다. 그동안 울산지역 지자체들은 각종 복지 영역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저상버스 보급률 전국 꼴찌’에 빛나는 울산은 속죄하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신청하길 권한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