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보드게임, 생각하는 힘 길러줘”
2024-04-25 박재권 기자
울산수학문화관이 24일 울산시교육청 외솔회의실에서 개최한 ‘제1차 수학 대중화 강연 행사’에서 이세돌 전 프로 바둑기사는 이같이 말했다.
울산수학문화관은 일반인들이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인식하기 쉬운 ‘수학’의 중요성과 우리 일상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깨달아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이세돌 전 프로기사가 강연자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9년 바둑계를 은퇴하고, 보드게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프로기사는 이번 강연에서 ‘보드게임과 수학적 추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이 전 프로기사의 사인을 받기 위한 교사들의 줄이 이어졌다. 이를 본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교사들에게 “제 사인은 잘 안 받으시던데…”라며 웃었다.
이 전 프로기사는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당시 1승을 거두긴 했지만, 스스로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특히 나를 비롯해 모든 바둑계가 자만심으로 가득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바둑을 시작할 때 예술이라고 배웠다. 지고 이기고는 두 번째 문제였다”며 “하지만 알파고와의 제1국 10수 만에 기대와 설렘이 긴장과 초조, 두려움으로 바뀌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전 프로기사는 “저는 8년 전에 AI를 미리 경험한 사람이다. 여러분들도 곧 교육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AI를 활용한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강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간과의 관계, 우리가 인공지능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전 프로기사는 앞으로 미래 세대를 살아갈 학생들의 사고력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의 하나로 보드게임 활동도 제안했다.
그는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바둑이나 보드게임이 도움이 되기란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고력 신장,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프로기사는 천 교육감을 비롯해 참여자들과 바둑 기술에 기반한 보드게임(그레이트 킹덤) 대국을 펼치며 수학적 추론을 직접 경험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한 교사는 “내년에 디지털 수학 교과서가 도입 예정인데, 보드게임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 방식도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초등학생의 경우 수학 시간에 ‘경우의 수’를 배우는 데 이 같은 보드게임을 통해 수업을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인숙 울산수학문화관장은 “보드게임을 활용해 학생들이 수학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