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5)천만리 머나먼 길에­왕방연(王邦衍, 생몰년 미상)

2024-04-26     전상헌 기자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역사도 물과 같아 변하는게 진리”

청령포 소나무 숲길을 걷는 심정은 간단치만은 않다. 청령포에 흐르는 맑은 물이 어린 소년왕의 눈물인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역사의 뒷길을 거슬러 가면 단종의 숨죽인 하루하루 긴 한숨과 눈물이 있는 곳이라서 그렇다.

성군 세종대왕의 직계 맏손자인 단종을 세종대왕께서 친히 무릎위에 올려놓고 얼러주시면서 그 다음 세대 왕위를 이어받아 세세년년 조선을 이어 갈 재목이라 신하들과 대군들 앞에 친히 당부했던 맏손이었다.

그런 단종이었건만 역사의 흐름은 예나 지금이나 그 굽이의 흐름은 어느 누구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왕방연, 그는 죄인을 호송하는 금부도사, 그 죄인이 상왕(단종)임에랴 그 직책을 이행함이란 무겁고도 괴로웠을 것이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을 호송하여 강원도 청령포에 유배시켜놓고 돌아오면서 그 심정을 읊은 시(詩)가 바로 위 시조다.

한여름 땡볕 유배 길에 목이 탄 상왕 단종이 물 한 모금 마실 것을 청했으나 세조의 어명을 어길 수 없어 물 한 모금도 올리지 못한 불충을 한탄했을 것이다.

그는 관직을 내던지고 중랑천변에 배나무를 심어 단종이 승하한 날이면 자신이 농사 지은 배를 가득 담아 영월을 향해 4배를 올렸다고 한다.

청령포 언덕에 이 시조가 돌에 새겨져 있어 역사를 읽는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역사는 청령포를 감고 도는 물과 같아서 굽이쳐 흐르는 물길은 언제나 변하는것만이 진리임을 보여준다. 지금 이 시대 정치 상황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