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구대암각화 속 활쏘기, ‘궁도메카’로 현실화된다

2024-04-26     경상일보

울산시가 ‘궁도 메카’로 거듭난다. 울산시와 대한궁도협회는 25일 시립문수궁도장에서 김두겸 울산시장과 대한궁도협회 김창순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궁도(활쏘기)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가칭)대한민국 궁도센터의 울산 건립 지원과 대한궁도협회의 울산 이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내년에 울산에서 세계궁도대회를 연다는 계획도 수립해놓은 상태다.

울산시가 이처럼 궁도를 울산의 대표적인 스포츠 반열에 올리는 것은 반구대암각화 등 반구천 암각화에 활쏘기 장면이 4군데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활쏘기 그림은 2000여년 전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였다. 그러나 반구천 암각화 활쏘기 그림은 우리나라 활쏘기 역사가 2000년이 아니라 7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7000년 전부터 울산의 조상들은 활을 사용해 사슴 등 큰 동물을 잡았다. 반구대암각화를 보면 암각화 오른쪽에 있는 한 사람이 손에 활을 들고 노루·늑대·사슴 등 동물 3마리와 마주하고 있는 그림이 선명하게 보인다.

무용총의 수렵도와 반구대암각화 활쏘기 그림의 시대적인 배경이 무려 5000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궁도인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활쏘기의 기원이 울산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선사시대 활쏘기 그림 4점이 남아 있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활의 ‘시원(始原)’임을 국내외에 알리고 (가칭)반구천의 암각화 활쏘기 세계대회 개최 등을 통해 울산을 궁도의 도시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궁도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및 학술 세미나도 진행한다. 관련 예산은 1억2000만원으로 추경예산안에 반영돼 시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시는 용역을 통해 한반도 활쏘기의 기원으로서의 울산의 위상과 가치를 정립하고, 활쏘기 세계대회 개최 등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최근 울산시는 ‘꿀잼도시’를 모토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산여천매립장에 세계적인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해 시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궁도 도시 프로젝트도 잘만 하면 울산의 최고 ‘꿀잼 거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반구천 암각화의 역사성이나 가치를 보더라도 하나도 뒤질 것이 없다. 그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이 지나갔지만 활에 눈길을 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 암각화를 통한 활의 새로운 발견이 울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