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류 최초 포경유적, 반구대 암각화 가치 평가절하 막아야
울산시가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 역사 바로잡기·바로 알리기 작업에 나섰다.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 인간이 바다에서 처음으로 고래를 사냥한 인류 최초의 포경유적이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나 역사책자 등에는 암각화 제작시기를 상한인 ‘신석기 시대’를 배제한 채 하한인 청동기 시대로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등 혼선을 주고 있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명칭으로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6월 중 유네스코의 현지 실사 작업도 예정돼 있다. 시는 관련 기관과 협회 등을 상대로 반구대 암각화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려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가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고교 검·인정 교과서를 확인한 결과, 4권의 교과서(2개 출판사)에 반구대 암각화 제작 시기를 청동기 유물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청동기 시대 유적을 소개하며 반구대 암각화가 예시로 등장한 것은 암각화 조성 연대를 청동기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게 울산시의 판단이다.
시는 즉각 교과서협회에 반구대 암각화 제작 시기를 ‘신석기 시대’로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부터 발행되는 중·고등 역사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심사가 완료되기 전에 바로잡기 위해서다. 또 초등 교과서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거쳐 암각화 가치를 제대로 알릴 계획이다.
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자료에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기를 ‘신석기 시대’로 적시했다. 문화재청도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사냥 그림은 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지구상에 현존하는 고래사냥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의 생업 환경, 사냥과 어로 도구, 관련 유물 등을 종합 검토해 볼 때 암각화 유적의 조성연대는 신석기시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문화재청의 기록이다.
이처럼 정부와 학계가 공식자료로 반구대 암각화 제작시기의 상한을 신석기 시대로 올려놓고 있는데도 청동기로 깎아내리는 것은 그 가치를 폄하하는 일이다. 잘못된 역사를 방치하면 그것이 마치 진실한 역사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울산동백의 가짜 역사를 30여년 만에 바로잡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축소·왜곡된 울산 역사 바로잡기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