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요?

2024-05-01     경상일보

최근 적지 않은 교사들이 교실을 떠나고 있다. 신부감 1위, 직업 만족도 1위였던 찬란한 시절은 어디 가고,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 섞인 농이 유행할 정도로, 학교를 떠나는, 혹은 지금이라도 떠나야 하나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우선, 교사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많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전문적이다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4년 동안 교육 방법과 교육과정 등 교육을 심도 깊이 연구하며 전문성을 갖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사회는 학교 교사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지 않았다. 교사의 교육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보단 ‘가만히 보육’해 주길 바랐다. 학원 숙제가 많으니 학교 숙제는 없애주면 안 되느냐 말하고, 아이가 학원 숙제하느라 학교 숙제를 하지 못했으니 혼내지 말아 달라며 당부(?)하기도 한다. 반면에 아이가 때에 맞게 약을 먹을 수 있게 약을 먹여달라던가, 변비가 생겼으니 물을 쉬는 시간마다 먹여 달라며 부탁한다. 학습지도는 원하지 않지만, 보육은 열심히 부탁하는 형국. 교사가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 역시 교직 탈출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원인은 대체로 학교와 교사 탓이라 말한다. 아이가 학교 밖에서 사고가 나도 학교 안전교육이 허술한 탓이고, 아이가 가정에서 학대를 겪어도 학교의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 지적하며, 학교에 의무교육을 지시한다.

덕분에 학교에선 교과 공부뿐 아니라, 해야 하는 법정의무교육 시수가 넘친다. 묻고 싶다. 정말 그 모든 게 학교와 교사만의 탓인지.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묻고 다그치는 그들은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은 차치하고, 툭하면 교사 탓을 하는 바람에 교사들은 모든 게 조심스럽고 위축된다. 현장체험학습에서 혹 사고라도 나면 모든 게 교사 책임이 될까 데리고 나가기 두렵고, 내가 교실에서 하는 모든 말들이 혹 녹음이라도 되어 내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내가 한순간 파렴치한 나쁜 교사가 돼버릴까 무섭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드라마(스카이캐슬) 대사가 한때 유행이었다. 하지만, 난 전적으로 교사를 믿으라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교사로서 해야 하는 본질적 역할에 대한 믿음을 달라 말하고 싶다.

학교 교사의 일이 보육인지 교육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역할과 책임을 묻길 바란다. 교사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책임은 잔인할 만큼 책임지게 하면서, 교사가 막상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지지는 주지 않는 교실에선 교사가 존재하기 어렵다.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