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10년만에 대유행…영유아 예방접종 서둘러야

2024-05-01     차형석 기자

올해 들어 어린이를 중심으로 발작성 기침을 보이는 백일해 환자가 지난해 대비 3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이에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을 서둘러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나들이철을 맞아 주변에 전파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재성 전문의와 백일해의 증상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백일해 환자 전년비 33배↑…최근 10년간 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백일해 환자는 지난 24일 기준 3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명 대비 33.2배 늘었고, 최근 10년간 같은 기간 대비 최다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 최다 발생을 기록했던 2018년 동기간 152명과 비교해도 올해 환자가 더 많다.

연령대별로는 12세 이하 어린이가 216명(59.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3~19세 92명(25.2%), 60세 이상 32명(8.8%)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교육시설 중심으로 집단 발생이 보고된 경남(182명·49.9%), 경기(56명·15.3%) 부산(47명·12.9%)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유럽 각지에서도 소아·청소년에서 백일해가 유행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에도 지난달 30일까지 1112명이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백일해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와 기침 예절도 실천해달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백일해 초기 증상, 감기로 오해할 수 있어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발작적으로 심한 기침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백일해라는 명칭은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 간다는 데서 왔다. 기침 끝에 구토나 무호흡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튀어나온 비말(침방울)로 타인에 전파된다.

전재성 보람병원 소아청소년 전문의는 “백일해는 ‘흡’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 양상을 보인다”며 “특히 5세 이하의 연령군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일해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감염병으로 잠복기는 보통 7~10일이지만, 4~21일인 경우도 있다. 면역력을 획득하면 다시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전에 백일해를 앓았더라도 드물게 재감염될 수 있으며, 재감염 시 증상은 보다 가볍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이 콧물, 발열, 가벼운 기침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해 임상 증상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우며, 지역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환자와의 접촉력이 있다면 당연히 의심해 봐야 한다.



◇영아 적기 예방접종 중요…손 씻기 등 중요

백일해로 진단을 받으면 항생제를 투여하고, 5일 동안 격리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는 증상이 경미하지만, 심할 경우 폐렴과 심부전(심장 기능 이상) 등 합병증이 와 사망할 수 있다. 특히 1세 미만의 영아가 위험하다. 따라서 백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전재성 전문의는 “백일해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기본접종 3회를 하고,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시에 추가접종을 하게 된다”며 “적기에 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일해와 함께 홍역, 성홍열도 최근 환자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 중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asles virus)에 의한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강해 감수성 있는 접촉자의 90% 이상이 발병한다. 올해 발병 환자는 15명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발병 환자 8명을 뛰어넘었다.

성홍열은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성홍열도 올해 환자수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늘었다. 영유아기 필수로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 홍역, 백일해와는 달리 성홍열은 아직 별도의 예방 백신이 없다.

전재성 전문의는 “백일해와 성홍열, 홍역 모두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평소에 손을 잘 닦고 개인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기침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기침 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