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에 ‘금배’…치솟는 과일·채소 물가 견인
지역 특산물인 배가 산지인 울산에서도 일년 전보다 가격이 두배 넘게 오르는 등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밥상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2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울산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울산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3으로 전년동월보다 3.2% 올라 석달 연속 3%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같은달 전국의 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8%나 오르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월세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도 3.7% 인상됐다.
품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전년동월보다 3.2% 올랐고, 주류·담배도 7.4%나 인상됐다.
‘금(金)사과’로 불릴 만큼 값이 오른 사과는 전년동월대비 89.7% 올랐고, 배는 110.5%나 인상됐다. 전국적으로도 배는 102.9% 올라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양배추(56.4%), 토마토(42.8%), 당근(25.5%), 배추(23.8%), 양파(18.8%) 등 식탁에 많이 오르는 채소도 밥상물가 인상을 가중했다.
최근 사과, 배 등 국산 과일값 상승으로 식탁물가가 크게 오르자 정부가 수입산 과일을 대거 들여오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만 바나나(-20.7%), 망고(-15.9%) 등 수입과일은 전년동월보다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내버스료(17.4%)·휘발유(2.7%) 등 교통비가 2.7% 올랐고, 의류·신발도 5.1% 인상돼 신선식품과 함께 물가 인상을 견인했다.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는 전년동월보다 1.5%, 교육비는 0.9% 인상하는 데 그쳤지만,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료품 가격 인상이 장기간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다만 치솟는 과일물가에 대응해 정부가 1500억원의 긴급 안정자금을 투입하고 납품단가·할인 지원에 나서면서 4월 울산 신선식품가격은 전달보다 2.6% 하락해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이달부터 수박 등 제철 과일이 출하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서는 제철 농수산물 출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과일 물가 ‘충격’에 정부는 지난 3월 1500억원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이다. 정부는 자금 투입과 함께 기상·수급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농산물 할당관세 적용, 비축 물량 방출, 할인지원 등을 통해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