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남진항 ‘해녀의집’ 1년6개월만에 철거 위기

인근 주민 조망권 침해 이유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취소 소송
동구 2심까지 패소해 상고 포기
동구, 철거·이전·피해보상 고심

2020-03-16     김현주
울산 동구가 남진항에 나잠어업인들을 위해 지은 ‘해녀의집’이 개소 1년6개월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인근 주민이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해녀의집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동구가 패소하면서 해녀의집 철거 및 이전을 두고 동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동구에 따르면 방어동 나잠어업인들을 위한 ‘해녀의집’은 지난 2018년 11월 남진항 항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해당 부지에는 본래 나잠어업인들의 탈의실로 쓰이는 컨테이너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 낡고 오래돼 어촌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자 동구가 지방보조금지원 사업으로 총 사업비 7000만원을 투입해 해녀의집을 지었다.

문제는 해녀의집 개소 직후 발생했다. 해녀의집이 위치한 바로 뒤쪽, 10m 거리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는 건물의 건물주 A씨가 해녀의집이 조망권을 침해한다면서 해녀의집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개소 한달만에 소송에 휘말린 동구는 2019년 8월 1심에서 패소하고, 지난 1월 2심까지 패소한 뒤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행정소송에서 지면서 동구는 해녀의집을 완전히 철거하거나 아니면 다른 부지를 찾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건물주가 조망권 침해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중이다.

동구는 건물주 A씨와 최대한 합의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피해보상까지 물어주게 될 수도 있다.

동구 관계자는 “좋은 의도로 시행한 사업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방어동 어촌계 역시 일부 사업비를 투입한 만큼 어촌계와 함께 새로운 장소 등을 논의중이다. 건물주 A씨와도 최대한 원만하게 합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