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중인 암각화·식수대책, 더이상 ‘희망고문’ 없어야

2024-05-07     경상일보

표류 중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및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대책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반구대 암각화를 사연댐 물고문에서 구출하기 위한 수문설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사연댐 수위 저하로 줄어든 용수를 울산에 공급하는 안도 대구시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에 연계돼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은 2011년 정부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및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대책 발표 이후 14년째 ‘희망 고문’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제시된 숱한 암각화의 보존과 식수 확보 대책은 정부 및 지자체의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에 신석기시대 고래유적 반구대 암각화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훼손되고 있고, 울산시민들의 식수 갈등은 더해지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와 맑은 물 확보 대책이 더 이상의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적의 해법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안동댐 직·하류에서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총연장 110㎞ 길이의 도수관로를 설치해 대구에 원수를 공급하는 대신 울산에 운문댐 물(하루 5만t)을 공급하자는 대구시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제안에 대해 7월 말까지 자체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낙동강 수계 지자체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인데, 원만한 ‘지역 합의’ 도출이 최대 관건이다.

반구대 암각화와 맑은물 확보 대책은 종전 청도 운문댐 관련 지자체에서 이제는 안동댐 수계 지자체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안동, 구미, 의성, 군위, 칠곡, 문경 등 경북지역 8개 시군과 ‘지역 합의’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사업을 제안한 대구시에 1조원의 수혜를, 수계 지자체에도 상생발전 안이란 이름 아래 엄청난 지원을 안겨야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문제로 비화했다. 앞서 대구시가 지난 2월 가진 설명회에서 해당 시·군들은 낙동강 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용수 확보 대책과 상생 방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제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대폭 늘어난 이해 당사자 합의와 함께 ‘예산 보따리’라는 변수까지 떠안게 됐다. 사연댐 수문 설치로 울산은 대체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울산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서둘러야 한다. 기존 댐 저수량 확충뿐만 아니라 해수 담수화, 소규모 댐 개발 등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속히 답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