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관 해치는 단체홍보 표지석, 도시경관 망친다

2024-05-08     경상일보

대한민국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특정 단체의 표지석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공원 초입에는 ‘우리는 봉사한다’라고 적힌 거대한 표지석이 있는데, 이는 지난 2006년 국제라이온스클럽 355-I지구가 세운 것이다. 바로 옆에는 JCI동울산청년회의소가 고흥군청년회의소와의 교류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세운 표지석이 있는데, 비석 표면에는 ‘영·호남의 좋은 만남’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다. 건립기념비 취지문을 보면 지난 1998년께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울산에는 민간단체 또는 자치단체장 명의로 세워진 조형물과 비석 등이 수없이 많다. 이 중 상당수가 관변단체다.

문제는 이 표지석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 표지석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런 내용이 없이 단체명만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 표지석 상당수는 거대한 크기여서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특히 ‘우리는 봉사한다’라는 문구나 ‘영·호남의 좋은 만남’이라는 글자는 순전히 단체 회원들의 홍보만을 위한 것이어서 불쾌감을 자아낸다.

또 대왕암공원은 시유지로 표지석 등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두 기념석 모두 울산시나 동구청의 허가 없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이 석조물은 공원부지내 무단 적치물로 수십년 간 방치돼 온 것이다. 웬만한 불법 적치물이라면 관할 구청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이동시킬 것인데 지금까지 방치돼 있는 것을 보면 무슨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표지석이나 표지판은 현장을 직접 찾는 방문객들에게 중요한 정보 습득의 기회가 된다. 특히 표지석은 돌로 만들어져 역사적 사실이나 장소의 가치를 장구한 세월 동안 알려준다. 때문에 글자를 파기 전에 내용을 신중하게 파악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전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공원이나 시유지 등에는 민간단체의 홍보 표지판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현재 울산지역 시유지에는 고개나 관문마다 관변단체의 표지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과거 시민 계도 차원에서 행정의 도움을 받아 설치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모두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대와 가치관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이 와중에 아직도 관변단체의 유물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시민들을 얕잡아보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