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울산현대미술제 개막,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일대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
2024-05-13 권지혜 기자
우선 아트스페이스그루에 전시된 권순관 작가의 작품은 ‘맨홀 위에서 사진 찍는 남자를 바라보는 빨간 핸드백을 든 여자’ ‘전화통화 후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는 줄무늬 티셔츠의 남자’처럼 작품 속 한 장면을 제목으로 설정해 시민들에게 해당 장면을 작품 속에서 찾는 재미를 제공했다.
어라운드 울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어워드 ‘프리아르스 일렉드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니카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주목받았다. 또 입구에 전시된 김기라 작가의 작품은 예쁜 음색과 가사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용가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종이 집들이 발아래에서 부서져 가는 모습을 담은 하태범 작가의 작품은 시민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했다.
김사엽(59) 씨는 “다양한 주제를 갖고 현실의 문제를 잘 표현한 것 같다”며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들을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가다갤러리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울산의 송주웅 작가에게 미술을 배운 이세현 작가의 작품은 붉은색이 작품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고석원 작가의 작품은 어두운 계열의 색들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또 다른 그 무엇들을 표현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강문철 가다갤러리 관장은 “매년 봄에 하는 가장 큰 행사인 울산현대미술제 기간이 되면 평소보다 3~4배 많은 시민들이 갤러리를 찾아 중구 문화의 거리가 활성화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에피모양장점 2층에 전시된 고사리, 김홍석, 박홍순, 최성록 작가의 작품은 울산시민들에게 향수를 제공했다.
고사리 작가는 숨을 불어넣어 부피를 지니게 된 비닐봉지를 시멘트로 떠내는 독특한 작업방식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김홍석 작가는 울산현대미술제를 위해 오랜 시간 바다를 누비며 항해했던 선체의 일부를 담았다.
또 박홍순 작가는 거대한 풍경 속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인간의 흔적들을 흑백 필름으로 표현했다. 공사장 외벽에 걸린 최성록 작가의 작품도 공간과 잘 어우러졌다.
도깨비난장에서 만난 박윤경 작가의 작품은 창가의 빛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갤러리월에는 안정주 작가와 전소정 작가가 제주 한라산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구상나무를 중심으로 동식물, 숲, 바다, 번식과 멸종의 이미지를 영상에 담았다.
가기갤러리에 전시된 노순택 작가의 작품은 누군가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람들과 남한과 북한이 만날때 펼쳐지는 광경을 담은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미술제에서 만난 황연순 춘해보건대 도서관장은 “위도와 경도가 만나는 곳을 공사장과 갤러리 외벽의 프로젝트 작품, 울산대학교 재학생들의 길거리 작품 등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해 재밌었다. 다음번에는 울산현대미술제의 규모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재학생 4팀으로 구성된 스트릿프로젝트 ‘무거동탈출기’는 조각들을 이용해 모빌을 만들고 스타킹 안에 장난감 등을 넣어 형태를 만든 작품들에서 학생들의 창의성이 느껴졌다.
김유경 큐레이터는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갖고 작품을 만든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거리에 나와 그 장소에 맞게 공간을 꾸몄다”며 “올해 울산현대미술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관심도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갤러리 뿐 아니라 야외 공간 곳곳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문화의거리 일대가 미술관이자 전시장으로 변한 듯 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