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유명 지역을 가리는 척도, 현저한 지리적 명칭
최근 동네 이름이 들어간 상호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경고장을 받은 사건이 주목을 끌었다. 상표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초월’을 식당업 등에 등록한 상표권자가 ‘초월’이 들어간 상호를 사용하는 다른 식당, 카페 16곳에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라면 상표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라고 주장해 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초월’ 상표의 출원(특허청에 상표권을 받기 위해 신청하는 행위) 전부터 다른 사람이 상호를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했고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경우 선사용권을 주장해 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나쁜 의도 없이 시골에서 흔히 쓰는 간판표시 정도로 사용하면 침해가 부정되고 특히나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오고 있으면 더욱 침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지역명을 등록받을 수는 있으나 지역명을 상호로 사용하는 자에게는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취지이다.
정당하게 등록받은 상표권자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니 그 자체는 문제없으나, 위의 효력 제한 사유 등에 더 힘이 실리는 것을 본다면 권리자로서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편 필자는 이 사건에서 ‘초월’이 유명하지 않은 지역 명칭이라는 데에 눈길이 쏠렸다. ‘초월’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었다면 상표등록도 불가하고, 등록 후라도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지 않아 ‘초월’이라는 상표가 등록되었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지역 명칭이 유명한지를 특허청의 심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의 상표는 자기의 상품·서비스와 타인의 것을 가리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이의 독점 시 지역 명칭을 상호의 일부로 사용하는 수많은 지역 상공인의 이익을 해하게 되기 때문에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울산의 지역 명칭을 특허청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물론 ‘울산’ ‘영남’ 등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다. 따라서 ‘울산’을 개인이 상표출원하면 거절될 것이 뻔하다. 그 외에 특허청 심사례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평가받은 곳으로 ‘태화강’ ‘영남알프스’ ‘신불산’ ‘간절곶’ 등이 있다.
우리 울산시민이 생각하기에 울산에서 비교적 알려져 있다고 생각되는 곳 중의 하나로 ‘삼산’이 있는데, 그렇지만 특허청의 눈으로는 ‘삼산’은 그리 유명한 곳이 아니다. 판단의 기준이 전국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국적으로는 유명하지 않은 곳’으로 ‘복산’ ‘무거동’ 등이 있다.
아쉬운 것은 ‘장생포’가 특허청에서는 아직도 ‘전국적으로는 현저히 유명하지는 않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경(捕鯨)의 근거지, 연근해 어업의 중심지 및 고래고기의 산지’로 인식되나, 그 이상의 현저하게 유명한 지역명은 아닌 것이다.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신불산’ ‘간절곶’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인정되는 것을 본다면 ‘장생포’의 관광지로서의 홍보에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방어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방어진도 특허청 심사례만으로만 본다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도달할 만큼 유명한 지역이 아니라고 평가된다.
이러한 특허청 심사에서 판단하는 결과는 단지 상표법 측면에서 상표등록 적부를 심사기준, 판례, 기타 법리에 의해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담당 심사관의 판단일 뿐이고 게다가 심판, 소송 등의 절차에서 그 판단이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역의 발전 정도, 홍보 정도의 평가 측면에서 적어도 참고용으로 볼 가치는 있다고 할 것이다. 향후 울산의 홍보에 더욱 힘을 기울여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하여 등록받지 못하는 지역 명칭의 수가 더더욱 많아지기를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