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저출산 위기의 대한민국

2024-05-14     경상일보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던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예언이 아쉽게도 지금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0.65명까지 떨어지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저출산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우리사회는 고령인구비율 19.2%로 고령사회가 됐다.

현재 대한민국 중위연령(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은 45.6살이며 2030년 49.7세가 된다. 1994년엔 29세였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현 정부는 이에 대응해 며칠 전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 논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신생아수가 약 23만 명이다. 현재 대학입학정원 약 47만 명으로 20년 후 대학입학학생수만 살펴봐도 50%이상 줄어들게 된다. 그것도 모든 학생이 다 대학을 진학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수도 50%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만 그럴 것인가? 초·중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임용고시 통과 후 발령 대기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 실정이다. 소아과 산부인과 병원들이 줄어들고 있고 주변에서는 아이들 울음소리 듣기가 어려우며 지방 시골의 빈집이 늘어나는 등 주변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여러 가지 현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행안부에서 지정한 인구소멸지역을 살펴보면 지방 군단위 지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도 동구, 서구, 영도구 3개지역이 선정되었다. 이는 시사하는바가 매우 크다.

2023년 울산지역 신생아수를 살펴보니 5100명이었다. 올 2024년 울산지역 초등학교입학생수는 9011명이었다. 지난해 출생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년은 약 44%가 줄어들게 된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는 곧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2022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관계부처 차관 회의를 통해 인구문제 대책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축소사회의 적응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추진되는 인구위기 대응 종합대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내용도 6대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인구위기 대응·적응 위한 4대 분야’는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적응,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이다. ‘6대 핵심과제’는 일상생활이 조화를 이루고 차별없는 출산양육 환경 조성, 외국인력 유치 규제 완화 및 체계적 이민정책 수립검토, 영유아·아동 및 노인 등 생애주기 돌봄체계 확충, 고령자 고용연장 및 복지제도 개편 논의 착수, 학령인구 감소에의 적응 및 효과적 지방소멸 대응, 정책 효과성 평가를 통한 제도 보완 재설계 등이 있다.

이렇듯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인구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출산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는 결혼을 해야 출산을 한다는 생각이 아주 큰 나라이다. 그래서 모든 정책들도 결혼한 가정에 대한 지원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출산 후 지원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저출산 정책에 결혼율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년간 인구교육에 대해 강의했다.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마치고 나면 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 항상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들이 이렇게 다양한 저출산 지원정책이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과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해서다. 각 지자체에서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저출산 지원정책들을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나라의 존립이 걸린 문제이기도하다. 이제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구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과 정책홍보,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좀 더 강화된 의무적인 인구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부산대 교육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