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에 부쳐, 1만번째 사초(史草)를 앞두고

2024-05-14     김창식
울산 언론의 종가(宗家), 경상일보가 창간 35주년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울산 시민·애독자님들과 함께 35년간 쉼 없이 달려오며 울산의 아침을 연 지난한 세월입니다. 오는 10월31일이면 경상일보 지령(紙齡) 1만호 시대를 맞이합니다.

울산의 하루하루 일상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기록한 지 426개월 만에 1만번 째 나이테를 완성합니다. 울산 언론사의 기념비적인 일로, 오로지 울산시민·애독자 여러분들의 신뢰와 사랑으로 만든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본보는 1989년 5월15일 닻을 올린 이후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지역발전의 기수’ ‘정의실현의 선봉’ ‘문화창달의 주역’이 되겠다는 사시(社是)의 이념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항상 공정하고 올바른 보도로 정도를 걷는 언론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본보가 걸어온 정론직필(正論直筆) 35년의 길은 곧 울산과 애독자들이 함께 만든 울산의 사초(史草)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본보는 앞으로도 창간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의 동반자로서 ‘울산 최초·최고·최대’ 신문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본보는 조국 근대화·산업화의 격랑을 헤쳐 온 울산의 현장을 지키는 역사의 증인이자 파수꾼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35년 전 창간호 머릿기사에 울산 직할시(당시 명칭) 승격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필두로 울산의 새로운 도약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광역시를 향한 울산의 도전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코 희망을 꺾진 못했습니다.

당시 경남과 정치권의 반대로 울산시와 울주군의 도·농통합으로 광역시의 꿈이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본보는 지역 정치권 및 시민사회와 함께 단일대오에 앞장서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이유로 신문협회 등의 숱한 경고도 광역시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꺾지 못했습니다. 이런 울산 시민들의 땀과 노력, 투쟁의 역사는 본보가 1997년 1월부터 연재한 ‘비화 울산광역시’ 시리즈에 생생히 담겨있다고 자부합니다. 세계적인 산업문화도시로 도약한 울산의 오늘은 지역민의 꿈과 희망으로 영근 결실인 것입니다.

본보는 지역 사회와 함께 지역문제를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 사회의 공기·목탁 역할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경남도 지방문화재로 방치된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국보 승격의 쾌거를 이끌어 냈고, 울산국립대 유치 운동과 신설 확정, 경부선 KTX 울산역 유치운동과 울산역 개통, 울산신항 개발과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태화강 대숲·태화들 보전운동과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등 지역 숙원을 이루는 데 함께했습니다.

본보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노동문제에 언제나 진실과 공정성, 날카로운 비판과 진단으로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1990년대 초 뜨겁고 격렬했던 울산의 노사분규, 1997년 IMF 외환위기,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과 울산의 눈물,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격변하는 울산 역사의 현장을 누비면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태화강국제미술제를 비롯해 신춘문예, 경상보훈대상, 안전지식경진대회, 아마바둑대회 등 지역문화 창달 및 사회공헌 활동에도 책무를 다해왔습니다.

경상일보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고자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합니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든다’는 말처럼, 가혹한 언론환경에 맞서 변화와 혁신으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고품격 저널리즘을 구현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불어 사는 ‘따듯한 신문’, 균형 잡힌 시각·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정직한 신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희망의 신문’으로 울산의 아침을 열겠습니다.

어떠한 어려움과 도전 속에서도 울산의 가치를 일깨우며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 경상일보의 위대한 여정에 울산시민과 애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엄주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