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5주년/울산 철도시대 활짝]1시간 안에 진주까지…울산 트램 도심교통정체 구세주로
2030년 울산
#북구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나경상씨는 지난주 KTX-이음을 타고 서울 출장을 다녀왔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가 위치한 북구에서 울주군 KTX울산역까지 1시간가량 이동해 KTX를 타야 했지만, 이젠 회사 근처에서도 KTX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집이 남구 무거동인 나경상씨는 부산 금정구에 있는 부모님댁 방문도 수월해졌다. 최근 개통한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으로 남구 삼산동까지 출퇴근했던 나씨의 아내는 자동차를 처분한 지 오래다. 2028년 울산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한 뒤로 나씨의 아내는 트램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차량이 필요할 때는 나경상씨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를 활용한다. 현재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엔 북울산역까지 트램이 달리게 되는데 그땐 나경상씨도 출퇴근 수단을 바꿔볼까 고민 중이다. 나씨의 자녀는 경남 진주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데, 주말마다 편하게 집으로 오고 있다. KTX-이음을 이용하면 진주에서 울산까지 한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어서다. 나경상씨의 동생은 장생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장생포선이 인근 지역 철도망과 연결되면서 외지 관광객이 부쩍 많아졌고, 식당 손님도 늘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울산시가 ‘부울경 1시간대 광역철도망 구축’에 적극 협력하면서 동남권 철도 교통망 확충에 팔을 걷었다. 울산-전주간 고속철도 개설을 통해 전라도와, KTX-이음을 활용해 수도권 지역 접근성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울산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되면 트램을 통한 도심 내 이동이 가능해져 바야흐로 울산은 철도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울산이 트램과 광역철도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도시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 만큼 철도는 지역 거점을 빠르게 연결해 산업을 연계하고, 투자를 창출하면서 도시의 경제권을 크게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본보는 울산을 중심으로 설치될 미래 도심·광역 철도망을 살펴본다.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는 KTX울산역에서 신복교차로, 경남 양산시 월평, 웅상을 거쳐 부산 노포동에 이르는 총길이 48.8㎞의 철도다. 총 사업비는 3조424억원이며 2030년 개통이 목표다. 광역철도(경전철)가 개통되면 KTX울산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신복교차로에서 웅상까지 20분, 노포동까지는 30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추후 확정될 역 개수에 따라 소요 시간에는 변동이 있겠지만, KTX울산역에서 노포동까지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하도록 추진된다. 이 노선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양산선(노포-북정) 및 부산도시철도 1호선과도 연결되는 만큼 울산과 부산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는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처음 반영된 후 같은 해 8월 국토부의 지방권 광역철도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6월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울산과 김해 진영을 잇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담은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못했다. 수도권에 대응해 부울경을 1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수도권 철도에 비해 경제성이 다소 낮을 것으로 우려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토록 하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KTX울산역에서 출발해 울주군 삼남, 양산 하북, 용연, 상북, 북정, 물금, 김해 진영으로 이어진다. 총 연장 51.4㎞로 현재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중이다. 2030년 개통 목표로 추진됐지만,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부산~창원 대심도 급행철도(GTX)
부울경 지자체는 향후 10년간 울산 공업탑에서 출발해 가덕도신공항, 창원 중앙역으로 이어지는 대심도 급행철도(GTX) 구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 개항(2030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까지 총 5조503억원이 소요된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년~2035년)에 반영해 국비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태화강역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58분, KTX울산역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56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울산~부산~창원~진주 KTX-이음
부산 부전과 마산을 잇는 복선전철(KTX-이음)이 2025년 상반기 개통할 예정이다. 부전·마산선은 부산과 김해, 창원을 직선으로 이어주는데 창원중앙역에서 환승하면 마산역(경전선)에서 부전역까지 38분이면 도달 가능하다. 1시간 20분이 훌쩍 넘던 기존 노선과는 천지 차이인 셈이다. 부전·마산선이 구축되면 부전~울산 구간을 운영 중인 동해선 광역철도와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부전·마산선을 진주까지 연장 운행(진주~창원~부산)하고, 부산~울산간 노선에 이음-150을 대체 투입한다면 진주에서 울산까지 1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해 진다.
◇울산도시철도(수소전기트램)
울산도시철도 1호선 사업은 지난해 8월 타당성 재조사 통과 후 지난달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까지 통과하면서 순항 중이다. 이 사업은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태화강에서 공업탑로터리를 지나 신복교차로까지 총 11.05㎞ 구간에 15개 정차역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26년 착공해 2028년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구간에는 수소전기트램이 도입된다. 동력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한다. 열차 지붕에 있는 배터리(수소연료전지)를 한 번 충전하면 150㎞까지 운행할 수 있다. 열차 내부에서 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전기선이 없는 이른바 무가선 방식으로 주행한다. 공해와 소음, 진동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1호선 운행에 앞서 2027년에는 울산 도심 교통의 요충지인 남구 태화강역과 관광 명소인 장생포 고래문화특구가 수소트램으로 연결된다. 울산시는 태화강역에서 울산항역까지 4.6㎞ 구간에 수소트램을 도입해 2027년 말부터 운행할 예정으로, 태화강역에서 장생포까지 15분만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야음사거리와 북울산역을 잇는 도시철도 2호선은 2030~2031년 개통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