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5주년/서른다섯살 청년, 울산에 바란다]외지인·외국인도 포용, 모두가 살기 좋은 활기찬 도시로
“인생의 분기점에 선 것 같아요. 집, 정착, 결혼, 이제 결정을 내려야하는데…”
해마다 이어지는 ‘탈울산’ 행렬에 울산의 고민이 깊다. 전입 지원금, 출산 혜택, 주거 지원비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지만 울산을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잡기는 쉽지 않다. 흔히 35세를 기점으로 삶의 모습이 정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인생의 각종 선택에 마주치는 35세 울산 시민들의 고민도 그만큼 깊다. 본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35세 시민들을 만났다. 정착과 유출의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울산의 현 주소를 묻고, 울산에 바라는 목소리를 담아봤다.
◇취업 계기로 울산 전입…‘울산형 스타터팩’ 지원 있었으면
○…올해로 울산 전입 2년차인 김동민씨는 대전에서 일을 하다 남구 한 산업단지 내 업체 취업을 계기로 울산에 왔다. 현재 남구에 살고 있는 김씨는 “직장 따라 서울·대전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는데, 울산에서 2년째 산다고 하면 친구들이 다 ‘공기는 괜찮냐’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한다”고 웃었다. 울산살이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소위 ‘핫플’을 가도 웨이팅이 크게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승용차만 있으면 어디든 돌아다니기 편하다.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 주말에 여기저기 드라이브 가기 좋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직접 살아보니 타지에서 울산이 ‘문화예술의 불모지’ ‘노잼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립미술관, UECO 등 있을 건 다 있지만 부산 등과 비교하면 열리는 공연들이 미흡한 것 같다”며 “특히 울산은 대학이 많이 없어 20살 되면 울산을 떠나고, 남아있는 대학생·청년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재미있는 청년 활동이나 문화생활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미혼인 김 씨는 울산 정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당연히 정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사실 울산이 외지인들의 정착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울산에서 체감하게 된 비싼 물가와 주거 관련 혜택을 주면 정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 8개월차, 울산 전입 4개월 차인 박재영씨도 최근 이직을 계기로 울산 남구에 살고 있다. 창원에서 직장을 다니다 결혼 후 울산으로 온 박 씨는 국제결혼 부부다.
박 씨는 “사실 울산이 산업도시라서 외국인 전입자들도 많을텐데, 국제결혼 부부로 직접 울산에 살아보니 사실상 크게 와닿는 외국인 정착 지원 시스템이 없다”며 “외국인 커뮤니티 매칭 서비스도 별로 없고, 관광 팸플릿 등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아내의 한국 정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 정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 중”이라며 ‘울산 스타터팩’ 같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박씨는 “울산이 물가도 비싸고, 월세도 기본 50만~60만원 단위로 높다. 정착하려면 주거가 확보돼야 하는데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울산에 정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특히 각종 지원금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만 나오는데, 30대 중반이나 정말 정착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부족해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살며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는 박씨는 “대왕암 출렁다리와 통도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타지인이었던 저와 아내가 울산에서 가장 즐겁게 방문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35년째 울산 토박이’…삼산동 말고는 시내 없어 아쉬워
○…남구 신정동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교까지 울산에서 나온 이효리(여)씨는 한 번도 울산을 벗어난 적 없는 ‘찐울산토박이’다. 이씨는 대학 졸업 후 한 달 만에 울산 산업단지 내 기업에 취업, 울산에서 계속 살고 있다. 올해로 약 10년째 한 직장에서 일하는 이씨는 “직업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 앞으로도 울산에 살 예정”이라며 “결혼을 기점으로 정착지가 달라지겠지만, 본가도 울산이다보니 울산에서 인연을 만나 정착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소트램 개발이 한창이라고 들었는데, 산업단지 쪽으로 노선을 연결해줬으면 좋겠다”며 “산단 유동인구가 많은데, 출·퇴근 시간대 차량 정체가 고질적으로 심하고 대중교통도 제대로 없어 출근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는 “울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며 “특히 친구들이나 외국에서 기업 관련 손님이 오면 가장 감탄하는 곳이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다들 정말 예쁘고 카페·맛집도 많다고 좋아해서 발전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중구에서 태어난 정도현씨는 학창시절을 울산에서 보내다 28살에 공무원에 합격, 울산에서 쭉 살고 있다. 정씨는 울산의 장점으로 사람이 많이 없어 어딜가도 조용하고, 자차만 있으면 이동이 편리해서 좋다는 점을 꼽았다. 정씨는 “울산은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도시라고 느낀다”며 “다만 울산을 생각해보면 좀 놀 만한,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삼산 말고는 없는 것 같다”며 “성남동 골목길을 활용해서 예쁜 카페나 맛집이 많이 들어오면 충분히 즐길 만한 곳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일산 바닷가도 제대로 활용하면 핫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미혼인 정씨는 “생각보다 같은 나이대 친구들을 보면 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없다”며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울산은 대기업도 많고 공기업도 있어 주변 친구만 봐도 소개팅은 잘 들어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정씨는 주차장 확보를 개선해야 할 점으로 들었다. 그는 “울산 주요 중심지를 보면 아직까지 주차장이 부족해 불편하다”며 “삼산·달동지역은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차를 갖고 갈 엄두도 안 나고, 병영이나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주차장이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