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1부·붉은 도끼 (1) - 글 : 김태환
내가 붉은 돌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 돌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시선이 오래도록 붉은 색깔에 머무르는 동안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붉은 색은 흡사 유성페인트를 칠해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붉은 돌은 수석밴드의 판매란에 올라와 있었다. 하천에서 나는 돌치고는 수마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망치로 깨어놓은 모양새였다. 붉은 색깔만 아니었더라면 그냥 장난으로 올린 돌이려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어 놓은 돌의 가격이었다. 크기가 15cm에 불과한 작은 돌 하나가 자그마치 30만 원이었다. 돌에 시선이 꽂힌 건 가격 때문인지도 몰랐다. 서너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밴드창을 열어보았는데 그때까지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사기는커녕 돌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었다.
나는 돌의 산지로 적혀 있는 미호천이 어딘지 몰랐다. 밴드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니 울산사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적혀 있는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돌 주인 사내의 이름은 김용삼이었다. 김용삼은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이 돌은 수석이 아닙니다. 보석입니다.”
내가 붉은 돌에 대해 묻자 대번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원래 취미에 깊게 빠져 있는 사람들은 과장이 심하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물고기를 이야기 할 때 팔뚝만 하다고 한다. 수석을 하는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게 심한 과장법을 쓴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다. 김용삼에게 지금 당장 방문해도 되는가 물었다. 그는 흔쾌하게 방문을 수락했다. 김용삼의 집은 붉은 돌의 산지인 미호천과 가까웠다. 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이어서 찾기도 쉽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삼십 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김용삼의 집 앞에 도착하니 12시 정각이었다.
수석을 오래한 사람의 집은 찾기가 쉽다. 김용삼의 집도 그랬다. 대문 밖에서부터 잡다한 돌들이 쌓여 있었다. 활짝 열어놓은 대문 안 마당에는 돌들이 넘쳐났다. 마당 한 쪽 구석에 비가 맞지 않도록 임시로 비가림막을 해놓은 곳이 있었다. 가림막 한가운데 탁자와 나무의자가 놓여있었다.
김용삼은 탁자에 앉아 대문께로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덤덤했다. 나는 그의 표정과는 동떨어지게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는 엉덩이를 간이의자에서 잠깐 떼었다가 도로 주저앉았다. 탁자 위에 예의 붉은 돌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가 권하기도 전에 붉은 돌 앞의 탁자에 앉았다.
“이 돌은 산지에서 완전히 고갈되었습니다.”
그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에 대답을 했다. 덧붙여 미호천 붉은 돌의 내력을 줄줄 쏟아 놓았다.
“이 돌은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일본말로 아까다마라고 불리는 홍옥석은 일본인들이 귀하게 여기는 돌이었다. 일본인들은 핏빛처럼 붉은 색이 잡귀를 물리친다고 집집마다 붉은 돌을 놓아두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미호천 상류의 백운산에서 붉은 홍옥석 광산을 개발했다. 여기서 캐낸 홍옥석은 전량 모두 일본으로 가져갔다. 엄청난 양의 홍옥석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색감이 떨어지거나 잡석이 많이 섞인 원석은 그냥 폐기시켰다고 한다. 그때 폐기시킨 돌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미호천으로 흘러들어 상당히 먼 거리까지 떠내려갔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큰물이 지고나면 어쩌다 한 점씩 나오기는 하는데 하늘에 별 따기보다 힘들지요.”
“하늘에 별은 따보셨는지요?”
“별요? 따보았지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