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자금도 못갚는 시대…근본적인 일자리 대책 마련을

2024-05-17     이재명 기자
울산지역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ICL)’ 총 체납액이 5년 연속 1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원)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했을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졸업 후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울산지역 청년들이 얼마나 심각한 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총 체납액은 13억5100만원이었다. 이 중 미정리 체납액은 9억2700만원으로 총 체납액의 약 69%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고액이기도 하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지난 한해 동안 상환된 금액이 31%에 불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지난해 전체 체납 건수는 897건으로 지난 2022년 963건보다 약간 줄었다. 하지만 2021년 843건, 2020년 913건, 2019년 808건 등 최근 5년 평균을 웃도는 수치였다.

청년들이 졸업후 장기간이 지나도 학자금을 갚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우울한 지표다. 지역경제 사정이나 일자리, 청년층의 지역 이탈, 결혼기피 등을 여러 측면에서 폭넓게 반영한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학자금 상환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체납 규모나 인원이 급증한 것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은 현재 전체적인 고용 상황이 좋지 못하다. 올해 1분기 울산 15~29세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2.3%를 기록했다. 또 1분기 울산지역 전체 실업률은 4.4%로, 2021년 1분기 4.9% 이후 가장 높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면 고향에 살고 싶어도 타지로 떠날 수 밖에 없다. 또 지역에서 직장을 찾아도 고용의 질이 나쁘면 결혼을 미루고,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학자금 대출 제도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매우 긴요한 정책에 틀림 없다. 그러나 체납이 많아지면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제도를 굳건하게 시행하면서도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자리 정책에 정부와 지자체가 매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