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사적’ 개운포 경상좌수영성, 종합정비 서둘러야
2024-05-17 김창식
국가문화재 승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보존·관리 대책이다. 국보 승격 29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보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개운포 경상좌수영성을 역사·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정비계획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울산 남구는 ‘울산 개운포 경상좌수영성’의 사적 지정의 건이 지난 8일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회의 타당성 심의를 통과해 이달 중 관보에 고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울산 개운포 좌수영성의 사적 지정은 조선 전기 수군 사령부인 좌도수영 성으로 입지와 성곽, 문지, 마른 해자, 봉수 등 다양한 유적들이 잘 잔존해 있어 학술 가치가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사실 개운포 경상 좌수영성의 사적 승격에는 울산 남구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남구는 10여 년 전부터 총 8회에 걸친 문화재 발굴 조사와 학술 연구 용역 등을 통해 개운포 경상좌수영성의 학술적 가치와 보존 방안을 모색했다. 울산시도 남구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021년 5월 ‘개운포 성지’의 명칭을 <삼국유사>에 나오는 ‘개운포’의 역사성과 조선 전기 개운포에 위치한 ‘경상좌수영’의 존재 사실을 아우르는 ‘개운포 좌수영성’으로 변경하고 문화재 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해 힘을 보탰다.
그러나 개운포 경상좌수영성은 사적 지정 이후에도 많은 난제가 잔존해 있다. 우선 송전탑과 쓰레기 소각장 등 문화재 주변 경관을 훼손하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설물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의 경관이 아름다워야 문화재의 역사적, 예술적, 과학적 가치를 높이고 관광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또 성곽 내부 주요시설과 전선소 유적 등에 대한 문화재 학술조사를 실시해 유적의 분포와 가치를 재평가하고, 나아가 문화재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선 수군의 요람인 개운포영성 유적을 제대로 복원한다면 산업도시 울산의 훌륭한 역사 문화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