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 블렌딩 규제 철폐…울산 오일허브 기회 살려야

2024-05-20     경상일보

‘오일 트레이더’(국제석유거래업자)가 국산 석유제품 수출을 위한 블렌딩(혼합·가공) 관련 규제 전봇대가 완전히 철폐됐다. 종전까지는 수입한 석유제품만 블렌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국내산 석유제품도 블렌딩해 수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년 석유거래업자의 종합보세구역 내 석유제품 블렌딩을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 개정된 지 7만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석유 블렌딩 규제 철폐 및 활성화는 동북아 오일허브를 꿈꾸는 울산항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및 석유금융거래시장을 조성해 ‘세계4대 오일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울산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착공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울산항에서 석유 블렌딩을 활성화한다면 동북아의 석유거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 울산항만공사와 정유사 등 관련 업계는 블렌딩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 확보, 품질 등의 석유 블렌딩 수출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

울산항만공사(UPA)와 석유공사, 한국해운조합 등은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발주한 ‘오일 블렌딩 수출규제 해소에 따른 연안해운 부가가치 창출 효과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용역은 국산 석유제품의 블렌딩 수출이 지난 1월 정부의 규제 혁신을 통해 가능해진 데 따른 경제적 효과와 추가적인 장애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블렌딩이란 저유황 경유와 고유황 경유를 혼합해 수출 대상 국가의 기준에 맞게 황 함유량과 석유 품질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블렌딩 한 제품은 탱크에 저장해 놓았다가 국제 시세에 따라 수요국에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국내 석유제품을 블렌딩할 경우 원유 수입 시 납부한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받지 못하고, 부가가치세 환급 지연 등의 문제로 국내 블렌딩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심지어 국산 석유제품을 외국으로 싱가포르 등으로 운송해 현지에서 블렌딩하고 국내 오일탱크에선 반입한 외국산 석유제품을 섞는 불편을 감수해 왔을 정도다.

그동안 싱가포르 등 해외로 돌려지던 블렌딩용 국내 석유류가 국내로 돌아오면 울산의 정유사는 물론 탱크 터미널업계, 선박 입출항 도선, 선용품 공급 등 관련 항만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항이 블렌딩 산업을 기반으로 석유저장과 석유기반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는 오일허브로 나아가는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